독일 뮌헨 올림픽공원 옆에 있는 BMW벨트 빌딩.소용돌이 치는 듯한 두 개의 원뿔형 기둥과 1만4000㎡에 달하는 대형 유리 지붕이 보는 이를 압도했다.

1층에 들어서니 꼬마들이 BMW 5시리즈가 나오는 자동차 경주 게임에 빠져있고 반대편 콘서트홀에선 클래식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2층에 자리잡은 매장에선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청년이 BMW 로고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티셔츠를 가슴에 대보고 있다. 바로 옆에선 중년 남자가 BMW 엠블럼이 선명하게 찍힌 라이터와 만년필을 고르는 중이다.

원래 이곳이 주문한 차량을 인도받는 장소라는 걸 눈치채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였다. BMW는 지난해 10월 이곳을 차량인도 시설 외에 전시장과 콘서트홀,레스토랑 등을 갖춘 거대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4년여 동안 자동차 공장 건설비와 맞먹는 5억유로(한화 8500억원)를 투입했다.

BMW벨트 홍보담당자는 "BMW벨트는 차를 사는 고객이 BMW의 철학과 역사,문화,생활방식을 함께 가져가도록 하기 위한 장소"라며 "공장 하나를 짓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BMW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은 비결을 느낄 수 있었다.

BMW벨트는 아우토반 드라이브와 숙박을 연계한 관광상품까지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차만 파는 게 아니라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BMW의 브랜드 가치와 자동차의 본고장인 독일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BMW는 엠블럼과 로고에도 BMW의 역사와 혼을 심었다. 1917년 고안된 비행기 프로펠러 모양의 엠블럼과 로고엔 '하늘에서 땅으로''두 바퀴에서 네 바퀴로'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항공기 엔진과 모터사이클을 거쳐 자동차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한 BMW의 성장 스토리를 고스란히 담은 셈이다.

이쯤 되면 프리미엄 브랜드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국산차 업계가 채워넣어야 할 게 무엇인지 명확해 보인다. 세계 5위 자동차 생산 대국이라는 양적인 발전을 넘어 진정한 자동차 강국으로 질적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꼭 갖춰야 할 부분이다.

뮌헨(독일)=김미희 산업부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