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등에 매출 뚝…선불카드·상품권 증정 등 2~3중 할인

'환율 비상'이 걸린 면세점들이 고객 잡기에 분주하다. 롯데 신라 AK 등 주요 면세점들은 환율 급등에 따라 면세점 가격이 백화점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으로 매출이 부진하자 가을 정기 세일 직후에도 각종 명목으로 세일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올가을에는 상시 세일 체제에 들어간 모습이다.

지난 9일 가을 정기 세일이 끝난 롯데면세점은 곧바로 추가 세일에 들어가 내달 27일까지 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세일에는 정기 세일 때보다 오히려 품목과 참여 브랜드 수가 늘어났다. 또 신라면세점과 AK면세점도 가을 세일이 끝나자마자 지난 24일부터 각각 '프리 윈터 빅세일'(11월27일까지)과 '스타트업 세일'(12월10일까지)이란 이름으로 대규모 세일 행사를 시작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들은 보통 9월과 12월 각각 가을·겨울 정기세일을 하고 그 사이에는 할인 행사를 하지 않았지만 올가을에는 내내 세일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환율 급등으로 정상가로는 대부분 백화점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세일을 통해 가격을 맞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면세점들은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화장품·향수 품목의 경우 금액별로 7~10%를 즉시 할인해 주고 있다. 또 품목에 상관없이 구매 금액별로 선불카드,상품권 등 현금성 사은품을 주고 있다. 화장품·향수 구매 고객의 경우 각 상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금액에 따라 추가 할인과 사은품까지 받는 등 '3중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셈이다. 환율 급등으로 백화점이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오르자 롯데면세점은 롯데백화점 상품권으로 주던 사은품을 면세점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권형 선불카드로 바꾸기도 했다.

주요 백화점들도 화장품·향수 등 면세점과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한 품목에 대해서는 다양한 사은·기획 행사를 벌이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지난 17일부터 화장품에 한해 구매금액별로 5%의 상품권을 증정하고,신세계백화점도 브랜드별로 사은품을 주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화장품·향수는 불황에도 두 자릿수 이상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는 효자 품목"이라며 "백화점들이 환율 급등에 따른 반사이익을 최대한 얻기 위해 예정에 없던 사은행사를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