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의무 위반 과실인정"
대법, 벌금 200만원 확정

골퍼가 실수로 잘못 친 골프공이 뒤에 있던 경기보조원(캐디)을 맞혀 부상을 입혔다면 이는 과실치상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무리하게 스윙을 하다 캐디의 배 부위를 골프공으로 맞혀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58)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정씨는 2006년 9월1일 오전 7시께 전북 군산시 옥서면의 한 골프장에서 동료들과 라운딩을 하던 중 3번홀에서 세컨드샷을 위해 5번 우드를 잡았다.

하지만 골프공을 멀리 보낼 욕심으로 무리한 스윙을 하는 바람에 중심이 무너지면서 축이 되는 왼쪽발이 뒤로 빠져 뒤에 있던 캐디를 향한 자세로 공을 쳐버렸다. 이 때문에 골프공이 골퍼 뒤 8m 지점에 서 있던 캐디 김모씨의 하복부를 맞혀 전치 7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 측은 "골프공을 빗맞힌 행위를 과실로 볼 수 없으며 설사 이것이 과실이라 하더라도 스포츠를 하는 과정에 발생한 일이라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스포츠 참가자는 다른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주위를 살펴 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씨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골프공을 쳐 피해자를 맞히는 등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