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아파트보다 500만원 낮은 단지도
건설사, 청약.계약률 끌어 올리기 고육책

수도권 집값이 급락하면서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에서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 아파트의 3.3㎡당 분양가가 중형에 비해 더 낮은 '분양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 주택규모가 클수록 3.3㎡당 분양가격이 비싸게 책정됐던 관례를 깨는 것이어서 신규 분양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롯데건설의 '남산 롯데캐슬 아이리스'는 대형인 258㎡(78평형)의 3.3㎡당 분양가가 중형인 142~184㎡(43~55평형)보다 최고 500만원가량 싸다. 이곳은 지난 24일 모델하우스를 오픈해 30일부터 1순위 청약을 받는다. 주택형별로는 258㎡가 3.3㎡당 1842만원으로 184㎡(55평형)의 2350만원보다 508만원이나 싸다. 이는 156㎡(47평형.2108만원) 142㎡(43평형.2107만원)보다도 낮은 값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대형 주택의 분양가를 낮춰 전체 평균 분양가를 떨어뜨리고 10억원을 넘는 고가.대형 주택의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며 "대형 주택의 마진폭을 줄일 경우 고급주택 수요가 되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동부건설의 '강서센트레빌 4차'의 경우 146㎡(44평형)의 3.3㎡당 분양가가 1316만원인 데 반해 105㎡(32평)형은 1345만원으로 정해졌다. 중형 분양가가 중소형보다 3.3㎡당 30만원가량 싼 셈이다. 이 아파트는 내년 3월 입주하는 후분양 단지로 28일부터 1순위 청약을 받는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중도금과 잔금을 5개월 안에 모두 내야하다 보니 수요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분양가 총액이 상대적으로 큰 146㎡의 3.3㎡당 분양가를 낮게 책정해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경기도 광교신도시에서 첫 공급된 '울트라 참누리' 아파트 역시 대형주택 분양가(3.3㎡당 1303만~1308만원)가 중형(1312만~1329만원대)보다 소폭 낮았다.

그 결과 187~232㎡형은 10가구 모집에 535명이 몰려 평균 53.5 대 1로 마감된 반면 146㎡형(462가구)은 9.79 대 1로 마감돼 경쟁률이 큰 차이를 보였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대형 아파트를 분양받아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수요는 물론 실수요도 전무하다시피 하다"며 "수요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형 아파트부터 분양가를 내려 청약.계약률을 높이려는 업체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주택시장에서도 시세의 70~80%인 공시가격 수준에도 팔리지 않는 대형 아파트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집값이 많이 떨어진 분당이나 용인을 중심으로 실거래가가 공시가격을 밑도는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경기도 성남 분당 서현동 시범단지 한양아파트 165㎡(50평형)는 로열층인 7층이 8억원대 초반에 급매로 나와 있다. 이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인 7억9800만원과 거의 같은 값이다. 연초 시세인 12억원에 비해서는 4억원이나 떨어졌지만 매수 문의가 끊겨 집값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음 달이면 매도가가 공시가격 아래로 떨어진 매물이 나올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정호진 기자/양승석 인턴(한국외대 3년)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