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을 교체하라는 정치권의 요구에 대해 아직은 불가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선장 교체보다는 금융위기라는 급한 불을 끄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26일 "부총리제를 만들어라,사람을 바꾸라고 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며 "불을 끄려고 호스를 들고 있는 소방수한테 뒤통수가 못생겼다고 하면 힘이 나겠나"라고 말했다. 박병원 경제수석은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시장에 혼선이 없게 강만수 장관의 '멘트'에 입을 맞추라"고 지시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은 '강 장관이 경제 컨트롤 타워'라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경제정책을 추진하라는 지시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 강 장관을 신뢰하는 이유에 대해 한 참모는 "일단 책임을 맡기면 잘 교체하지 않는 스타일에다 금융위기가 강 장관 혼자 책임질 성격이 아니며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도 지금은 교체할 타이밍이 아니라는 생각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고민도 엿보인다. 강 장관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뢰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이 연일 악화되고 있어서다. 정부가 잇달아 대책을 내놓지만 금융시장은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기 대처 과정에서 경제팀 수장들이 '엇박자'를 보여준 데 대해 청와대 일각에선 드러내 놓고 얘기하지 않지만 불만이 적지 않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여권 내에서 연말 개각설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대통령으로선 부담이다. 경제 상황이 연말까지 계속 좋지 않게 흐를 경우 여론에 편승한 개각설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어서다.

경제팀 교체 요구에 대해 한나라당 지도부는 "전쟁 중에 장수를 바꿀 수 없다"며 공식적으로는 청와대 측 주장에 동조하지만 "조금이라도 민심을 다독일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물밑 경질 기류도 만만치않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