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은행 위탁문의 쇄도 … 사업용 전환 움직임도

"그동안 토지거래가 완전히 끊겨 사무실을 비워놓았는데 앞으로 바빠질지 모르겠네요. 행정도시 주변은 외지인 소유 땅이 70% 정도여서 쌀 직불금 파동으로 연말부터 논을 팔려는 사람이 많아질 것 같아요. "

충남 연기군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박 모씨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쌀소득 등 보전직불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쌀 직불금을 부당하게 받았다가 강제매각 명령이 내려질 경우 처분되는 땅이 많을 수밖에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전화문의만 하루 100통

세종시뿐만 아니다. 수도권 등 외지인 소유 땅이 많은 지역에서는 쌀직불금 파동으로 토지시장에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지은행을 관할하는 한국농촌공사에는 논.밭을 맡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전화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한국농촌공사 노원숙 계장은 "하루 50통 정도 걸려오는 문의전화가 최근에는 100통 넘게 걸려온다"며 "쌀직불금 부당 수령이 문제가 될 것 같자 농지은행을 도피처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는 땅주인이 의무적으로 경작해야 한다. 다만 농지은행에 8년 이상 맡기면 직접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양도소득세 60% 중과대상에서 제외돼 일반세율로 9~36%만 내면 된다.

하지만 쌀직불금 부당 수령자로 의심되면 농지은행에 땅을 맡길 수 없다. 노 계장은 "농지은행이 논.밭을 위탁받기 전에 쌀직불금 관련 여부를 시.군에 확인한 뒤 의심의 여지가 있으면 맡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특별 배려가 없는 한 직불금의 최고 두 배를 과징금으로 내고 강제매각명령을 받는 일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얘기다.

강제매각 명령 후 1년6개월이 지나도록 팔지 못하면 해마다 공시지가의 20%가 이행강제금으로 부과된다.

농지은행 위탁 대신 논.밭을 사업용으로 토지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토지시장의 한 전문가는 "절대농지가 아닌 경우 전원주택이나 창고 등을 지은 뒤 땅을 사업용 토지로 바꿔 강제매각 명령을 피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농사를 직접 짓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면 '비사업용토지'로 분류돼 양도세의 60%를 내야 하는 만큼 사업용 토지로 만들어 양도세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시장은 아직 관망세

쌀 직불금을 부당하게 받아 강제매각을 피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정부의 방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쌀직불금 부당 수령자를 예외없이 엄단하겠다면 땅을 서둘러 내놓는 것이 상책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로 요즘에는 땅 투자자를 찾아보기 힘든 마당에 매물이 쏟아지면 땅값 하락은 불 보듯하다"며 "땅을 살 수 있는 농민 등은 자금 여력이 없어 수요가 많지 않은 만큼 빨리 처분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물론 시장은 아직 관망세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가 워낙 무겁기 때문에 과징금이나 매각이행강제금을 물고서라도 일단 버텨보자는 사람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기(충남)=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이문용/양승석 인턴(한국외대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