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긴급 진단] 청산가치로 본 코스피, 외환위기 직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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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증시 폭락 악순환…공포감이 낙폭 키워
외국인 지분율 28% … 일본 수준으로 떨어져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가 연출하는 '폭락의 악순환'에 빠져 끝없이 가라앉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연기금만 주식을 사는 극심한 매수 공백 속에 '묻지마식' 투매에 밀려 지난 주말 938.75로 주저앉아 이달에만 무려 35.17% 폭락했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5월(―21.17%)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하락률이다.
같은 기간 미국(―22.7%) 일본(―32.0%)은 물론 중국(―19.7%)보다 더 많이 떨어진 것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과매도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코스피지수는 이미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체제로 돌입하기 직전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주가 하락이 아시아―유럽―미국 증시에서 다시 아시아 증시로 이어지는 악순환 때문에 투자심리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돼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것이란 비관론만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가는 이미 외환위기 직전 수준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2배로 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 달인 1997년 10월의 0.77배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PBR가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들이 보유한 모든 자산(청산가치)이 시가총액보다도 적다는 얘기다.
국내 증시의 PBR는 증시가 2000선을 넘었던 작년 10월 1.97배까지 올라갔다가 올 들어서도 줄곧 1배 이상을 유지해 왔다. 이러던 증시 수준이 한 달 만에 1.28배에서 0.82배로 뚝 떨어진 것이다.
PBR가 1997년 10월 당시의 국내 증시 평균치(0.77배)까지 내린다고 할 경우 산출되는 코스피지수는 880선이다. 구제금융을 받은 그해 11월과 12월엔 코스피지수가 각각 407.86,350.68까지 떨어지며 PBR도 0.67배와 0.61배로 추가로 떨어졌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1998년 1월에는 다시 0.92배로 회복했다. 이를 현재 코스피지수에 적용하면 1052선이다. 외환위기 가능성이 적은 지금 주가는 내릴 만큼 내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정부와 IMF가 한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데도 주가가 이미 외환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됐고,증시 수급마저 꼬인 데 따른 영향이 크다"며 "정부의 실효성 있는 증시 안정대책이 나온다면 이러한 상황이 다소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올 34조원 주식 팔아
국내 증시의 과매도와 과도한 주가 하락은 외국인의 주식 매도 공세 때문이란 분석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총 34조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24조여원을 기록했던 작년 전체의 순매도 규모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지분율은 28% 수준으로 40%였던 2004년보다 크게 낮아지며 대만(31%)보다 아래로 떨어졌고 일본(27%)과 비슷해졌다.
증권업계에선 신흥시장의 외국인 평균 지분율이 27%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매물이 6조원 정도(현 시가총액 580조원의 1%수준) 더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가고 있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주요 국내 주식 투자 세력인 투자은행(IB)과 헤지펀드들이 현금 확보에 나선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은 최근 몇 년간 일었던 주식형펀드 열풍과 올해만 1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의 주식 매수세 등 유동성이 풍부해 자금 회수가 용이하다는 것도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팔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이 같은 외국인 매도세도 원ㆍ달러 환율 상승과 증시 급락으로 다소 진정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신영증권과 대우증권에 따르면 1998년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지수 1100선 아래에선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900~1100선에서는 5조5000억원가량 순매수했고,800~900선에선 10조9231억원의 주식을 사들였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900선으로 급락함에 따라 외국인도 손실을 감수하고 팔아야 한다"며 "따라서 외국인의 주식 매도 압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