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일요일에도 경제점검회의 주재

정부가 실물경제 침체를 막기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경색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오히려 더 무서운 위험이라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동성 문제는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박병원 청와대경제수석)는 자신감도 대책 추진의 밑거름이 됐다.

종합대책의 내용은 △금융시장 안정과 기업 및 가계의 이자부담 경감 △경기 하강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 △경상수지 적자 축소와 기업투자 활성화 등이다. 정부는 빠르면 이번 주 중 종합대책을 확정ㆍ발표하기로 했다.


◆수도권규제 완화 추진할 듯

기업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규제완화에 본격 착수키로 했다.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수도권 규제완화와 비정규직법 개선이다. '지방균형발전'이니 '차별 폐지'니 하는 참여정부식 논리에 막혀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것들을 앞뒤 재지 않고 정공법으로 뚫고 나가겠다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26일 회의에 대한 브리핑에서 "평상시에 보면 논의하기 힘들었던,조심스런 대책도 논의되고 있다"며 "규제 완화 쪽에서 해야 할 과제가 있고,노동시장 상황 개선도 있겠지만 차제에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지식경제부는 수도권 공장 건립과 관련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요 업종별 수출입 전망 및 지원대책'이라는 지식경제부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기계산업의 내수활성화 대책으로 수도권과 그린벨트 안에서의 공장 건립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제조공장의 해외 이전을 예방할 방침이다.

◆적자국채 발행ㆍ재정지출 확대

재정지출을 크게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국회에 제출해놓은 내년 세입ㆍ세출예산안을 수정하는 작업을 서두르기로 했다. 경기 진작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이 예산확대의 주요 내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예산에 추가로 반영할 만한 사업을 제출해 달라'고 국토해양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또 경기침체로 재정수입이 줄어들더라도 기존 감세안은 그대로 두고 적자국채 발행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박 수석은 "경기 침체로 세입이 줄어들 경우 국채를 더 발행해서라도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업에 대한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100억달러 적자로 예상되는 경상수지를 내년엔 흑자로 바꿔 놓기 위해 에너지 절약책 유지 등 범정부 차원의 대책도 검토키로 했다.

◆금리인하 힘 받을 듯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도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후속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한은은 27일 오전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소집해 위기극복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다 꺼내놓고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긴급 금통위의 안건은 환매조건부채권(RP) 대상에 은행채를 편입하는 방안 기준금리 인하 방안 등이다.

금통위는 일단 은행채를 한은 RP 대상에 포함시킬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채가 RP에 포함되면 한은이 은행채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회사로부터 일정 기간 후 되파는 조건으로 사들일 수 있게 된다. 현재 은행채를 많이 갖고 있는 곳은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이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는 한은에다 은행채를 팔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더불어 비교적 높은 금리의 은행채를 새로 사들일 여력도 확충할 수 있게 된다.

금통위는 또 연 5%인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통위가 금리를 전격 인하하면 그 폭은 0.25%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예상보다 높은 0.5%포인트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하하게 되며 이를 통해 중소기업과 가계는 이자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계와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이 커지면 소비위축이 불가피해 실물경제 전체에 악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원화유동성 비율 관련 규정을 완화해 은행들의 부담을 줄여주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현행 원화유동성 비율은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자산을 만기 3개월 이내 부채로 나눈 것으로 은행은 이를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당국은 잔존만기 기준을 1개월로 완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부담을 완화시켜 주기 위해 국회에 외화차입 정부 지급보증안에 대한 조속한 동의를 요청했다.

김인식/박준동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