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번화가인 클라렌스가(街) 171에 자리잡은 SISC(서비스산업 기술위원회) 사무실.20여명의 직원들이 전화를 하거나 메신저 대화를 나누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다. "3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기술교육과정(Training Package)'을 업데이트하는 작업 중입니다. 어느 한 업체의 의견도 빠뜨려서는 안되죠." 키트 맥마혼 이사는 호주 전체를 20명의 직원이 담당하느라 정신이 없다면서도 밝은 웃음을 잊지 않았다.

SISC는 호주 정부가 설립한 11개 ISC(산업 기술위원회) 가운데 하나다. 한국의 산업별 협회와 비슷한 기능을 담당하는 단체다. ISC의 핵심업무는 전문직이나 기술자 등이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기준을 설정하고 그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놓은 '기술교육과정(TPㆍTraining Package)'을 만드는 일이다. TP는 철저히 기업체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작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TP는 고등학교 대학교 직업전문학교(TAFE) 산업체 연수원 등에 제공된다. 학교 등은 이에 따라 가르쳐야 한다. 예를 들어 변호사 치과의사 배관공 목수 등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해당 ISC가 변호사협회 배관공협회 등 업체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TP로 만든다. 이는 고교 대학 직업전문학교 등에 제공된다. 대학 등은 TP에 따라 교육과정을 만들어 가르치고 TP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 TP를 통해 산업계 현장의 목소리가 교육에 곧바로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SISC는 서비스산업을 담당하는 ISC로 미용실 호텔 스포츠센터 등 서비스업종에 필요한 TP를 만든다. SISC에는 호텔협회 등 45개 서비스업종별 협회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맥마혼 이사는 "스타벅스나 글로리아진스 등 커피전문점에서도 종업원 교육을 위해 SISC가 만든 TP를 가져다가 사용하고 있다"며 "TP는 조그마한 소매점포뿐 아니라 대기업 직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업무 표준"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TP를 이용해 직원교육을 실시한 이후 이직률도 줄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SISC는 TP를 3년 단위로 개정한다. 이를 위해 45개 업종별 협회뿐 아니라 개별기업도 방문하거나 전자우편 전화 등으로 의견을 수렴한다. 웹사이트 게시판을 통해서도 의견을 수렴하기도 한다. 맥마혼 이사는 "누군가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제보가 이뤄질 경우 총리로부터 경고가 오기도 한다"며 "기업들의 얘기를 자세히 파악하다보니 업계의 주요 동향을 연구자료로 만들어 정부에 보고하는 기능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드니(호주)=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