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집안 청소를 하던 로봇이 외출하려던 A씨를 보자 딸 도연의 생일이 모레라고 알려준다. A씨는 로봇에게 음식점 예약을 부탁한다. 로봇은 도연이가 평소 좋아하는 음식 정보를 분석한 뒤 인터넷으로 음식점에 예약을 한다. A씨가 외출하자 로봇은 스스로 방범 모드로 전환하고 집을 지킨다.

도연의 생일날 선물을 사려고 백화점에 들른 A씨는 문득 가스밸브를 제대로 잠궜는지 기억나지 않아 불안해진다. 휴대폰으로 집에 있는 로봇에 접속해 가스밸브를 확인하라고 지시한다. 로봇은 가스밸브가 잠겨있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A씨에게 보여준다.

#2.다음 달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B씨는 로봇에게 일정을 알려줬다. 로봇이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잡아주기 때문이다. 로봇은 인터넷을 뒤져 때마침 세일 중이던 보스톤행 티켓을 싼값에 예약했다. 심포지엄이 열리는 행사장에서 멀지 않은 호텔의 빈 방이 온라인 경매에 부쳐진 것을 확인하고 즉시 구매로 호텔방을 구했다. 탑승 당일에는 로봇이 스스로 공항 안내데스크에 전화를 걸어 비행 스케줄을 확인하고 출발 시간이 지연됐다는 정보를 B씨에게 알려준다.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화될 지능형 로봇의 모습이다. 공상과학영화나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이 현실 세계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세계 각국은 산업용 로봇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실생활에서 인간의 도우미 역할을 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등 선진국들은 지능형 로봇이 인간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고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육성 중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04년부터 기존의 로봇에 네트워크 기능을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로봇을 개발 중이다.

로봇은 외부 환경을 감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며 이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세 가지 기능적 요소를 갖는다. 네트워크 로봇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로봇 스스로 처리하던 이 세 가지 필수 기능을 네트워크를 이용해 분산하려는 것이다. 로봇 자체의 센싱 기능을 늘려가기보다는 온갖 외부 환경에 설치될 센서 기능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이렇게 센싱 기능이 보완되면 외부 환경이나 로봇 주인의 상황을 로봇이 보다 정확하게 인지해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된다. 로봇의 기능이 확장되는 만큼 서비스도 더 다양해진다. 로봇의 지능이 그만큼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로봇이 곁에 없어도 원격지에서 네트워크로 접속해 로봇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네트워크 로봇의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 지능형 로봇산업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인간의 지능에 접근하는 로봇 개발이 여의치 않은 탓이다. 최근 LG전자 등이 내놓은 청소로봇은 산업용으로 이용되던 로봇이 일반가정용으로 활용된 대표적 사례다. 힘든 가사노동을 청소로봇이 대신해 주는 수준이다. 가격은 100만원대를 웃돈다. 기능에 비해 아직은 비싼 편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도움말=김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u-로봇연구본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