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한국기업의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품질경쟁력 평가시스템(QCAS)'을 만들었다. 기술표준원이 이 시스템을 만든 것은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을 선정, 모델화해 후발기업이나 중소기업이 벤치마킹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 평가시스템의 항목을 보면 '정보분석관리'도 평가항목으로 잡혀있다. 과연 정보분석이 품질경쟁력에 영향을 미칠까. 그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미국의 시퀀트컴퓨터는 기업전자도서관(SCEL)을 만들어 사내정보를 공유했다. 이 회사는 사내에 축적된 기술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공유하자 신제품 개발기간이 단축되고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도 누리게 됐다고 한다. 이는 결국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ABB도 사내정보를 공유하자 모든 프로젝트 추진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다. 제록스는 설계 계획 등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설계 변경 내역 △문제발생 원인 △해결방법 등을 공유토록 해 품질경쟁력을 높이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기술표준원과 한국표준협회가 마련한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을 채점하는 품질경쟁력 평가시스템은 '왜 품질이 좋은가'에 앞서 '무엇을 갖추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품질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정보분석관리,기업문화 및 인재육성,고객만족(CS),전략 및 관리시스템,경영실적 등을 공통평가 항목으로 정해놓았다. 이런 것을 평가항목으로 채택한 이유는 품질경쟁력이란 단순히 좋은 기계만 들여놓았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의 품질관리 전문가들은 기업의 생산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왜(Why)'를 5번 외쳐보라고 한다. 그러면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5Why's'기법이다.

그러나 실제 한국의 중소기업 현장에 가보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종업원들이 문제의 근원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국의 품질관리 전문가들은 '왜'를 5번 외칠 것이 아니라 '무엇(What)'을 5번 외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느 부문이 잘못됐는지를 확실하게 파악한 뒤 '왜'를 따질 것을 강조한다. 기업의 품질경쟁력을 파악하는 시스템도 이제 '무엇'을 갖추었는지를 먼저 평가해야 한다.

기술표준원의 품질경쟁력 평가시스템은 이런 관점에서 '왜'보다 '무엇'을 강조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한국기업의 특성에 맞는 품질경영체제를 확산하기 위해 △종합설비보전(TPM) △제품개발 △소집단개선활동 △신뢰성 △물류 △제조물책임(PL) △통계적 품질관리(SQC) △통계적 공정관리(SPC) 등 무엇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한다. 우리는 흔히 '품질이 좋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때 품질이란 주로 제품의 성능과 지속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제품만으로 품질을 따지지 않는다. 서비스 소프트웨어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사물에 대해서도 품질을 평가한다. 이미 서비스의 품질이 얼마나 좋은가를 평가하는 방법까지 잘 개발되어 있다. 기술표준원은 이러한 평가방법을 토대로 건설업과 공공서비스업 분야에서도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