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차 … 누구 말이 맞을까...보글 뱅가드 창업자 vs 루비니 뉴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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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 뱅가드 창업자 "주식 향후 10년 年9% 수익"
인덱스펀드 유망 … 은퇴자는 채권투자 확대를
"세계 금융시장의 대격변으로 주가가 매력적인 수준까지 떨어진 만큼 앞으로 주식 투자를 통해 10년 동안 연평균 9%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
세계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그룹의 창업자인 존 보글 회장(79)은 "당분간 주식은 더 떨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이 주식 투자에 나서야 할 때"라며 "개별 종목을 고르려 하지 말고 인덱스펀드에 투자해 전체 시장을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6일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주식 투자를 권하는 이유로 "역사적으로 부침이 있지만 주가 그래프는 계속 상승 커브를 그려왔다"는 점을 들었다. 전 세계 경제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57년 동안의 투자 경력에 비춰볼 때,전반적인 주가 수준이 기업 가치를 훨씬 밑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S&P지수에 속하는 876개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10배 정도에 불과,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그는 인덱스펀드 창시자답게 저렴한 비용으로 오랜 기간 시장을 대표하는 여러 종목을 편입하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수수료가 싼 데다 전체 주가 상승률만큼을 수익으로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 투자할 때보다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만 과거 펀드 수익률이나 펀드매니저의 능력을 과신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 "손실을 감수할 여유가 없으면 서둘러 증시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권했다. 보글 회장은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되 필요 이상의 위험을 감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은퇴자들은 오히려 안전한 채권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나이에 맞는 포트폴리오 투자법인데,50세의 투자자라면 50%의 채권과 50%의 주식 비중을 유지하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의 금융위기는 월스트리트 금융사의 과잉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글은 1996년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뱅가드를 떠났지만 현재까지도 활발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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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뉴욕대 교수 "증시 자유낙하 … 바닥 멀었다"
美집값 15% 더 빠질듯 … 보다 강력한 구제조치 필요
2006년에 금융위기를 예견한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며 "세계 증시가 사실상 자유낙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26일 영국 선데이타임스 등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완전한 패닉에 다가가고 있다"며 "패닉이 오면 주식시장 문을 1∼2주 정도 닫아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월 베어스턴스 사태 이후 6개월 동안 위기가 터질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바닥론을 주장했지만 아직 바닥이 오려면 멀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미국은 수년간 경기침체에 시달릴 것"이라며 "각국 정부가 훨씬 더 큰 규모의 국제적인 구제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각국 정부가 패닉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취해왔지만,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그는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실업률이 9%까지 치솟고 주택 가격이 앞으로 15%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은행 투입자금 규모를 두 배로 늘리고 은행들이 배당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재무부가 신용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사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공적자금 규모는 현재 2500억달러다.
그는 또 "이머징마켓 시장의 위험성도 커져 이들 국가 중 몇 나라가 파국을 맞으면 세계경제가 시스템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유럽 각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 정부가 통화 공급을 늘리고 대규모 재정 정책을 펴야 전 세계적인 주식시장 패닉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경제 상황이 최악이지만 생산량이 20% 이상 감소하는 대공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40년 만의 최악의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1958년 터키의 이란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루비니 교수는 이탈리아 보코니대를 졸업한 뒤,미국 하버드대에서 국제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 후반에는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