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버핏 초청쇼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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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월 김대중 대통령(DJ) 당선자는 경기도 일산 자택에서 한 편의 '쇼'를 연출했다. 외신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당선자가 글로벌 헤지펀드계의 대부인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을 초청해 한국 투자를 요청하는 자리였다.
DJ정부로서는 전 정부 잘못이랄 수도 있는 외환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달러 확보가 절박한 상황이었다. 어느 참모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냈는지 몰라도 소로스를 활용,한국을 떠난 많은 해외 투자자들이 회귀하길 겨냥했던 것이다. 불신의 위기를 신뢰로 되돌리려 별 방법을 다 동원했던 셈이다. 어찌됐건 소로스가 당시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에 투자한 것을 비롯 외자가 재유입돼 우리의 외환 곳간은 채워졌다.
그로부터 약 10년10개월이 경과한 지금,외신들은 연일 한국에 제2의 외환위기가 곧 닥칠 것처럼 부정적인 기사를 써대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4일 국제통화기금(IMF)이 개발도상국들에 자금 지원을 수월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대상국가 후보에 한국 등을 예로 들었다. 25일에는 '한국,어려움 징후 속에서 지원엔 저항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주식시장과 통화가 타격을 받는 등 정반대의 증거들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한국 관리들은 경제가 튼튼한 발판 위에 서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재차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한국도 더 취약해지고 있으며,한국의 취약성은 금융위기가 새 국면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고 대문짝만 하게 보도했다.
NYT는 은행에 대한 정부 지원의 강력한 신호를 위기에 앞서 일찍 보내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을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4일 "한국이 과도한 대외채무를 안고 있으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달러를 구하기 위해 미 씨티은행과 모건스탠리의 최고경영자를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을 걱정하는 진심어린 충고라면 고마울 수도 있다. 한국으로까지 번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서 촉발됐다는 점은 WSJ나 NYT로서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FT의 본사가 있는 영국 역시 요즘 금융위기 불길에 어찌할 바 모르는 형국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정부와 외신 간 불신의 골이 좀체 메워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며,이렇게까지 된 연유다. 해외 언론을 무작정 옹호할 생각은 없으나 외신의 취재원을 곰곰 되짚어 가다보면 닿는 곳은 한국에 있는 기업들,서민들의 목소리일 때도 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아무리 강조한들 국민조차 우군으로 만들어 놓지 못한 국가나 정부를 해외 언론이나 투자자들이 깊이 신뢰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 정부가 금융위기라기보다는 신뢰의 위기라는 덫에 걸려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엔 이명박 대통령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뢰의 대표 브랜드로 통하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을 청와대로 초청해 한바탕 쇼를 벌여보는 것은 어떨까.
워싱턴 김홍열 comeon@hankyung.com
DJ정부로서는 전 정부 잘못이랄 수도 있는 외환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달러 확보가 절박한 상황이었다. 어느 참모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냈는지 몰라도 소로스를 활용,한국을 떠난 많은 해외 투자자들이 회귀하길 겨냥했던 것이다. 불신의 위기를 신뢰로 되돌리려 별 방법을 다 동원했던 셈이다. 어찌됐건 소로스가 당시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에 투자한 것을 비롯 외자가 재유입돼 우리의 외환 곳간은 채워졌다.
그로부터 약 10년10개월이 경과한 지금,외신들은 연일 한국에 제2의 외환위기가 곧 닥칠 것처럼 부정적인 기사를 써대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4일 국제통화기금(IMF)이 개발도상국들에 자금 지원을 수월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대상국가 후보에 한국 등을 예로 들었다. 25일에는 '한국,어려움 징후 속에서 지원엔 저항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주식시장과 통화가 타격을 받는 등 정반대의 증거들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한국 관리들은 경제가 튼튼한 발판 위에 서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재차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한국도 더 취약해지고 있으며,한국의 취약성은 금융위기가 새 국면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고 대문짝만 하게 보도했다.
NYT는 은행에 대한 정부 지원의 강력한 신호를 위기에 앞서 일찍 보내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을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4일 "한국이 과도한 대외채무를 안고 있으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달러를 구하기 위해 미 씨티은행과 모건스탠리의 최고경영자를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을 걱정하는 진심어린 충고라면 고마울 수도 있다. 한국으로까지 번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서 촉발됐다는 점은 WSJ나 NYT로서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FT의 본사가 있는 영국 역시 요즘 금융위기 불길에 어찌할 바 모르는 형국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정부와 외신 간 불신의 골이 좀체 메워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며,이렇게까지 된 연유다. 해외 언론을 무작정 옹호할 생각은 없으나 외신의 취재원을 곰곰 되짚어 가다보면 닿는 곳은 한국에 있는 기업들,서민들의 목소리일 때도 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아무리 강조한들 국민조차 우군으로 만들어 놓지 못한 국가나 정부를 해외 언론이나 투자자들이 깊이 신뢰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 정부가 금융위기라기보다는 신뢰의 위기라는 덫에 걸려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엔 이명박 대통령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뢰의 대표 브랜드로 통하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을 청와대로 초청해 한바탕 쇼를 벌여보는 것은 어떨까.
워싱턴 김홍열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