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4호선에 설치된 과자 자판기가 흉물스럽게 방치된 지 벌써 두 달이 흘렀다. 껌 과자 생수 등을 팔던 이 자판기는 지난 8월 말부터 먼지만 쌓인 채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2005년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S사에 2010년 8월까지 과자 자판기 운영권을 주기로 계약했다. 임대 기간을 다 채우기도 전인 지난 8월,이 업체는 6개월간 3억6000만원의 임대료를 체납해 계약이 해지됐다.

서울메트로는 그동안 새 자판기 운영업체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기존 운영업체인 S사가 부도가 났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돌면서 선뜻 나서는 업체가 없었다. 다행히 이달말 새 업체를 선정키로 했으나 그 사이 184대의 자판기에는 먼지만 쌓여갔다.

이 같은 일이 일어난 원인은 당초 서울메트로가 과자 자판기의 수익성에 대해 제과업체 측의 긍정적인 말만 믿고 검토없이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롯데제과가 2005년 무인 과자 자판기 사업을 제안해 왔다"며 "당시에는 5년여 계약기간에 24억7200만원의 임대료 수입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S사는 롯데제과에 내는 기계 임대료와 과자값,서울메트로에 내는 장소 임대료와 관리비 등에 부대끼다 트랜스지방 논란 등으로 매출이 감소하자 결국 부도 위기에 이르렀다. "(S사가) 100만원,200만원씩 현금이 생기는 대로 돈을 가져왔고 6개월 전부터는 아예 임대료를 못 내게 됐다"는 게 서울메트로의 설명이다.

메트로의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시민들이다. 직장인 김대길씨는 "출·퇴근길 시청역 자판기를 자주 이용했는데 판매가 중단돼 간혹 배가 고플 때는 자판기의 존재가 되레 짜증스럽게 느껴진다"고 불평했다. 대학생 최현진씨도 "관리가 안 돼 지저분하다"며 "빨리 철수하든지 아니면 새로 과자를 채워 넣고 제대로 관리를 하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은 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