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미국 블리자드 개발)를 하다 보면 대화창이 온통 욕으로 채워질 때가 흔해요. 악플(악성 댓글)을 없애고 선(善)플 달자고 하면 왕따 당할 걸요. "

27일 서울 목동에 있는 한 PC방의 분위기는 '살벌'했다.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 A군은 온라인상의 게임 상대방에게 연신 욕설을 써대고 있었다. A군은 "스타크래프트는 외국 게임이라 그런지 어떤 욕설이든 채팅창에 다 쓸 수 있으니까 편하다"고 말했다. 실제 A군의 채팅창엔 '시○','개○○' 등 욕설이 여과없이 표시됐다. 채팅창 아래엔 낯뜨거운 성인광고까지 눈에 띄었다.

다른 게임은 어떨까. 게임 포털 넷마블(CJ인터넷 운영)에 스타크래프트에서 쓰던 욕을 입력하니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피파온라인2'도 '사용할 수 없는 용어'라는 표시가 나타났다. CJ인터넷 관계자는 "국내 게임업체 대부분이 이용 약관에 채팅창에서 욕설을 걸러낸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업체인 블리자드가 만든 스타크래프트만 욕설에 '관대'하다는 얘기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내년에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할 때 미비점을 개선하겠다"고 해명했다. 스타크래프트를 국내에 들여온 지 10년 됐지만 게임 채팅창에 난무하는 욕설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음을 자인한 셈이다. 블리자드가 한국에 판매한 스타크래프트 CD는 450만개로 전체 판매량의 47%에 달한다. 국내 10대 청소년 중 28.5%가 스타크래프트를 이용 중이고,전체 온라인 게임에서 스타크래프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8.5%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인터넷 윤리를 아무리 강화하자고 외쳐본들 실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변화의 틀을 마련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3∼9세의 인터넷 이용률이 82.2%(인터넷진흥원)에 달할 정도로 세상을 알기도 전에 사이버 공간부터 발을 들여 놓는 게 요즘 세태다. 블리자드는 이제라도 글로벌 기업으로서 한국 게이머들이 욕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박동휘 산업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