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한·일 격차는 4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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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6일 '가자미도리(風見鷄·풍향계)' 칼럼에 한국과 관련한 내용을 실었다. 한국통으로 꼽히는 이나 히사요시 편집위원은 이 글에서 한국과 일본의 시차는 없지만 민주주의 연차는 '42년'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연차를 "민주주의 경험의 연도 차"로 정의했다.
그가 한·일 간 격차를 42년으로 내세운 근거는 다음과 같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시작된 해는 '6·29 선언'이 있던 1987년인 반면 일본에선 종전 후인 1945년부터 민주주의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한국 상황은 미·일 안보조약으로 혼란했던 일본의 1966년에 해당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본에서 좌파가 득세한 것처럼 지금 한국에서도 좌익적 허영심이 넘쳐나고 지식인들도 균형을 잡지 못해 어지럽다는 주장도 했다.
외국 언론의 한국 평가에 대해 일희일비하거나 토를 달고 싶진 않다. 하지만 민주주의 측면에서 한국이 일본에 42년이나 뒤졌다는 주장엔 수긍하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 1955년 보수당들의 합당으로 자민당이 출범한 후 53년 동안 몇달을 제외하곤 일당 장기집권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여당에서 야당으로,다시 야에서 여로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니혼게이자이의 기사는 요즘 한국을 보는 일본인들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동전의 앞뒷면과 마찬가지다.
외신들이 한국의 '외환위기설'까지 마구잡이로 제기하는 마당에 나온 일본 언론의 이 같은 한국 평가는 당혹스럽다. 일본인들이 한국을 다시 무시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지난해만 해도 닛케이는 사설 등을 통해 10년 이상 뒤졌던 한국경제가 일본을 추월하고 있다며 '한국 위협론'을 제기,일 기업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기사를 연일 써대곤 했다.
한국 경제가 어려울 때 일본에 가보면 한국인을 대하는 일본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경제력이 허약해지면 해외에서 국민들의 체면도 구겨진다. 더 망신을 당하기 전에 정부와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최인한 국제부 기자 janus@hankyung.com
그가 한·일 간 격차를 42년으로 내세운 근거는 다음과 같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시작된 해는 '6·29 선언'이 있던 1987년인 반면 일본에선 종전 후인 1945년부터 민주주의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한국 상황은 미·일 안보조약으로 혼란했던 일본의 1966년에 해당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본에서 좌파가 득세한 것처럼 지금 한국에서도 좌익적 허영심이 넘쳐나고 지식인들도 균형을 잡지 못해 어지럽다는 주장도 했다.
외국 언론의 한국 평가에 대해 일희일비하거나 토를 달고 싶진 않다. 하지만 민주주의 측면에서 한국이 일본에 42년이나 뒤졌다는 주장엔 수긍하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 1955년 보수당들의 합당으로 자민당이 출범한 후 53년 동안 몇달을 제외하곤 일당 장기집권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여당에서 야당으로,다시 야에서 여로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니혼게이자이의 기사는 요즘 한국을 보는 일본인들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동전의 앞뒷면과 마찬가지다.
외신들이 한국의 '외환위기설'까지 마구잡이로 제기하는 마당에 나온 일본 언론의 이 같은 한국 평가는 당혹스럽다. 일본인들이 한국을 다시 무시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지난해만 해도 닛케이는 사설 등을 통해 10년 이상 뒤졌던 한국경제가 일본을 추월하고 있다며 '한국 위협론'을 제기,일 기업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기사를 연일 써대곤 했다.
한국 경제가 어려울 때 일본에 가보면 한국인을 대하는 일본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경제력이 허약해지면 해외에서 국민들의 체면도 구겨진다. 더 망신을 당하기 전에 정부와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최인한 국제부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