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ㆍ편법ㆍ요지경 전세시장… 입주폭탄으로 전셋값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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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폭탄으로 전셋값 급락
# 서울 서초구 잠원동 그린아파트 112㎡형(34평형)에 전세로 살던 김한수씨는 최근 집주인을 상대로 전세금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잠실에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하려고 만기가 된 전세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집주인이 세입자를 새로 구하기 전까지는 돈을 마련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두 달 전만 해도 3억3000만원 하던 전셋값은 인근에 반포자이와 반포래미안 입주를 앞두고 2억원대로 추락한 상태다.
#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1단지를 재건축한 엘스 아파트에서 전셋집을 얻으려던 박민성씨는 얼마 전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다가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전셋값을 3000만원 정도 깎아줄 수 있다는 얘기였다. 박씨는 한동안 고민했지만 결국 계약을 포기했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자녀들이 가까운 학교를 배정받지 못하는 데다 전세금을 떼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보증금 반환소송 잇따라
대규모 단지 아파트들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서초구 일대 전셋값이 급락하자 전세금을 둘러싼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집주인들이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중 거주요건(서울.과천.신도시는 2년)을 맞추기 위해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않는 조건으로 전셋값을 깎아주는 이른바 '살기만 하는' 아파트도 늘고 있다.
역(逆)전세난(전세가격이 떨어져 집주인이 돈을 더 내줘야 하는 상황)은 잠실에서 먼저 불긴 했지만 전세금 반환 청구소송은 서초구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오는 12월 반포자이(3410가구,옛 반포주공3단지)와 내년 7월 반포래미안(2444가구,옛 반포주공2단지) 입주를 앞두고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서초구 일대 전셋값은 1년 전에 비해 1.06% 떨어졌다. 피부로 느끼는 전셋값 하락폭은 훨씬 크다.
잠원동 양지공인의 이덕원 중개사는 "반포자이 전셋값이 초기엔 5억원까지 가다가 지금은 3억~3억5000만원대로 떨어졌다"며 "대단지 입주 물량 때문에 주변 아파트 전세가격도 30%가량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덕우부동산의 이강산 중개사는 "집을 깨끗이 고쳐서 내놔도 세입자들의 문의전화 한 통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의 전세 만기는 12~2월에 절반가량이 몰려 있어 서초구 일대 역전세난은 갈수록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공인의 조용철 중개사는 "역전세난이 서초구는 물론 성동구,동작구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 채우자… '미전입 조건' 세입자 구하기
'살기만 하는' 아파트는 양도세 비과세 요건 때문에 생겨난 편법이다. 서울에서는 집 한 채 있는 사람이 양도세 없이 집을 팔려면 3년 소유.2년 거주 요건을 채워야 한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내놓은 집주인 가운데 10% 정도가 전입신고를 하지 않겠다는 임차인을 찾고 있다"며 "이들 집주인은 전세금을 2000만~3000만원 내려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한다"고 귀띔했다.
엘스뿐 아니라 리센츠(옛 잠실주공 2단지)와 파크리오(옛 잠실시영) 등 재건축을 마치고 입주에 들어간 매머드급 단지에서는 어김없이 미전입신고 조건의 전세 물량이 발견된다.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강동구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옛 강동시영 1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문제는 전입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살고 있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전세금을 돌려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입신고 후 동사무소나 법무사사무소 등에서 확정일자를 받아야 경매 때 전세금 우선변제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다.
장규호/박종서 기자/이문용 인턴(한국외대 3학년) danielc@hankyung.com
#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1단지를 재건축한 엘스 아파트에서 전셋집을 얻으려던 박민성씨는 얼마 전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다가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전셋값을 3000만원 정도 깎아줄 수 있다는 얘기였다. 박씨는 한동안 고민했지만 결국 계약을 포기했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자녀들이 가까운 학교를 배정받지 못하는 데다 전세금을 떼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보증금 반환소송 잇따라
대규모 단지 아파트들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서초구 일대 전셋값이 급락하자 전세금을 둘러싼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집주인들이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중 거주요건(서울.과천.신도시는 2년)을 맞추기 위해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않는 조건으로 전셋값을 깎아주는 이른바 '살기만 하는' 아파트도 늘고 있다.
역(逆)전세난(전세가격이 떨어져 집주인이 돈을 더 내줘야 하는 상황)은 잠실에서 먼저 불긴 했지만 전세금 반환 청구소송은 서초구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오는 12월 반포자이(3410가구,옛 반포주공3단지)와 내년 7월 반포래미안(2444가구,옛 반포주공2단지) 입주를 앞두고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서초구 일대 전셋값은 1년 전에 비해 1.06% 떨어졌다. 피부로 느끼는 전셋값 하락폭은 훨씬 크다.
잠원동 양지공인의 이덕원 중개사는 "반포자이 전셋값이 초기엔 5억원까지 가다가 지금은 3억~3억5000만원대로 떨어졌다"며 "대단지 입주 물량 때문에 주변 아파트 전세가격도 30%가량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덕우부동산의 이강산 중개사는 "집을 깨끗이 고쳐서 내놔도 세입자들의 문의전화 한 통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의 전세 만기는 12~2월에 절반가량이 몰려 있어 서초구 일대 역전세난은 갈수록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공인의 조용철 중개사는 "역전세난이 서초구는 물론 성동구,동작구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 채우자… '미전입 조건' 세입자 구하기
'살기만 하는' 아파트는 양도세 비과세 요건 때문에 생겨난 편법이다. 서울에서는 집 한 채 있는 사람이 양도세 없이 집을 팔려면 3년 소유.2년 거주 요건을 채워야 한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내놓은 집주인 가운데 10% 정도가 전입신고를 하지 않겠다는 임차인을 찾고 있다"며 "이들 집주인은 전세금을 2000만~3000만원 내려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한다"고 귀띔했다.
엘스뿐 아니라 리센츠(옛 잠실주공 2단지)와 파크리오(옛 잠실시영) 등 재건축을 마치고 입주에 들어간 매머드급 단지에서는 어김없이 미전입신고 조건의 전세 물량이 발견된다.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강동구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옛 강동시영 1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문제는 전입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살고 있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전세금을 돌려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입신고 후 동사무소나 법무사사무소 등에서 확정일자를 받아야 경매 때 전세금 우선변제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다.
장규호/박종서 기자/이문용 인턴(한국외대 3학년)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