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구하지 못한 급전 수요자들이 손쉽게 돈을 융통할 수 있는 온라인 역경매 대출 사이트로 몰리고 있다.

편리하게 돈을 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최근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대출 신청자의 신상 정보가 인터넷에 노출될 수 있는데다 역경매 대출에 대한 명확한 법규도 없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P2P(개인 간 거래) 형태로 대출해주는 머니옥션의 지난달 방문자 수는 34만6504명으로 지난 6월(8만8429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대출액도 이 기간 중 2억1440만원에서 3억8750만원으로 80% 이상 증가했다.

다른 P2P 대출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작년 6월 개설된 원클릭의 경우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 달에 10건 이하로 대출이 이뤄졌으나 7월 이후부터 대출 신청자 수가 2배 이상 늘어 월 30건 이상씩 대출이 실행되고 있다.

P2P 대출업체인 퍼스트핸드의 정연주 전략기획팀 과장은 "경기 불황에다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엄격히 하면서 온라인 대출 쪽으로 급전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으면 대부업체가 고객의 신용정보를 직접 조회해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는 반면 온라인 역경매 사이트를 이용하면 대출 신청자가 본인의 신용정보를 직접 조회해 공증을 받기 때문에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온라인 대출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금융회사들이 특정인의 신용정보를 여러차례 조회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경매 방식의 대출에 대한 법규가 마땅히 없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현행 대부업법에서는 '등록을 하지 않고 사실상 대부업을 영위하는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사실상 대부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역경매를 통한 개인 간 자금 거래에 대해 유권해석을 아직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역경매 대출 사이트가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유사수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법을 통해 역경매 대출 사이트를 규제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기대와 우려 속에 역경매 대출 사이트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경매 대출을 신청한 사람의 신용정보를 여러 명이 열람하기 때문에 개인 정보가 인터넷에 노출될 위험이 있고 법정 이자율(연 49%) 이상의 이자를 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신현욱 원클릭 대표는 "대출 신청 시에는 아이디와 신용평점,대출내역 정도만 공개되고 연체한 지 11일이 지난 뒤에 대출 신청자의 신상 정보가 투자자들에게만 제공돼 개인 정보 유출 위험성이 낮다"며 "대출 이자율은 연 29%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박수진 기자 surisuri@hankyung.com

<용어해설>

역경매 대출=가격을 높이 부르는 입찰자가 낙찰받는 일반 경매와 달리 가격(여기서는 금리)을 낮게 제시하는 투자자(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식.최근 성행하고 있는 P2P 대출사이트에서는 돈을 필요로 하는 대출 신청자가 필요한 대출액과 희망금리를 올리면 낮은 금리를 부르는 투자자들부터 순서대로 대출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 1인당 대출 신청 가능액은 업체별로 최대 500만원에서 2500만원. 투자자들의 1인당 투자 한도도 업체별로 5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