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줄여 수익성 개선…제조사들은 원가상승에 판매 부진 '울상'


휴대폰 시장이 침체되면서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월별 내수 시장 규모가 최근 3개월 동안 25% 이상 줄었다.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줄이자 휴대폰 판매가 크게 감소한 것.한때 가입자 유치 출혈 경쟁으로 고전하던 이통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며 3분기 실적이 크게 호전된 반면 상반기에 호황을 누렸던 제조사들은 내수 판매부진을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내리막 달리는 휴대폰 판매량

휴대폰 내수 판매량은 지난 6월(252만대) 이후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7월(235만대) 8월(190만대)에 이어 지난달에는 184만대까지 떨어졌다. 이통사들이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지원하던 보조금을 줄인 게 시장 위축의 가장 큰 원인이다.

6월 한때 최고 50만원까지 치솟았던 휴대폰 보조금은 최근 10만원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 휴대폰을 바꿀 때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지면서 단말기 교체를 미루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휴대폰 보조금 경쟁에 따라 휴대폰 시장이 전례없이 큰 폭으로 출렁거린 시기다. 지난 4월 의무약정제(일정 기간 서비스 사용을 약속하면 보조금을 더 주는 제도) 도입을 앞두고 이통사들이 미리 가입자 확보에 나선 지난 3월 휴대폰 판매량이 사상 최고치인 261만대를 기록했다.

이후 4월에는 잠시 주춤했으나 6월에 다시 252만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출혈경쟁의 여파로 KTF가 상장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2분기에 적자를 기록하게 되면서 8월 이후에는 이통 3사 모두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 같은 영향으로 지난 6월 108만명에 달하던 번호이동 가입자가 9월에는 40만명으로 줄어들 만큼 이통사 간 경쟁이 완화됐다.

◆이통사 웃고 제조사는 울고

이통사들은 보조금을 줄여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 KTF는 3분기에 영업이익 1697억원을 내 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2분기 6161억원까지 치솟았던 마케팅 비용을 이번 분기 4158억원으로 32.5% 줄인 덕분이다.

SK텔레콤도 3분기 마케팅 비용을 전분기 대비 16.9% 낮은 7277억원으로 줄여 네트워크 투자 비용 증가에 따른 실적 악화를 막을 수 있었고,LG텔레콤도 마케팅 비용 감소 덕택에 2분기 900여억원보다 높은 1200여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2분기 시장이 유례없는 과열 상태였다면 3분기는 시장이 정상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휴대폰 제조사들의 표정은 울상이다. 상반기에 예상치 않았던 호황을 누렸지만 이제는 경기침체에 따른 불황을 염려해야 한다. 10월 단말기 판매량도 9월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연말 전망도 밝지 않다. 게다가 환율 인상으로 퀄컴의 칩셋를 비롯,휴대폰 부품 가격이 올랐지만 완제품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해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햅틱 등 고가 터치폰 판매가 늘어나 저가폰 판매 감소분을 상쇄해주고 있다"며 "하지만 저가폰 비중이 높은 제조사들은 휴대폰 판매 감소로 인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