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7000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을 이번 주부터 은행 등 금융권에 본격적으로 지원한다. 지난 3일 구제금융법이 발효된 지 3주일 만이다. 이에 따라 상호불신으로 몸을 사렸던 은행들 간 자금거래가 늘고,기업과 일반인에 대한 대출도 늘어나 꽉 막힌 자금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비드 네이슨 재무부 금융담당 차관보는 27일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밤 주요 9개 은행들과 합의를 마쳤다"면서 "이번 주에 이들 은행의 주식을 매입해 대출 여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9개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은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웰스파고 뉴욕멜론은행 스테이트스트리트 등이다. 미 재무부는 7000억달러 가운데 1차로 2500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며,이 가운데 절반인 1250억달러를 이들 9개 은행에 지원하게 된다. 은행별 지원금액은 최소 30억달러에서 최대 250억달러다.

나머지 1250억달러 중 350억달러는 BB&T와 캐피털원파이낸셜,선트러스트 등 19개 중소은행에 투입키로 했으며,남아 있는 900억달러는 생명보험사인 메트라이프 푸르덴셜파이낸셜 뉴욕라이프인슈어런스 등이 지원받길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부가 AIG에 이어 다시 대형 생보사에 대한 구제금융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생보사가 부실화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1조3000억달러에 이르는 기업들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기업 주식에도 장기 투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 기업어음(CP) 매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신용경색 현상이 조금씩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