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하고 충분하게,선제적으로.' 해외 전문가들이 주문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극복 처방이다. 이들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둔화될 경우 한국은 커다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마이클 라니에리 국제금융센터 뉴욕사무소장)며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당국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도 불안 요인"(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경제학부 교수)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 금융시장의 공포감을 진정시켜야 위기 확산을 막을 수 있다"(데이비드 위스 S&P수석 이코노미스트)며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급선무란 처방을 내놨다.

씨티은행과 뉴욕맬론은행 등에서 아시아지역 국제금융업무를 담당한 라니에리 국제금융센터(KCIF) 뉴욕사무소장은 "해외 투자가들은 은행건전성과 경상수지 적자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며 "한국이 곤경에 처한 원인은 경상수지 적자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피해가 클 것이란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수출 둔화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은 커다란 위험을 맞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내 한국 경제 전문가인 후카가와 교수는 "한국은 수출 경쟁력이나 은행 재무구조 등을 보면 아직 펀더멘털 위기라고 할 순 없다"며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극단적인 신용경색으로 인한 외화조달난 등은 위기 징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환율 정책을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정책 대응 능력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며 "당국이 엇갈린 목소리를 낸 것도 시장 불안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모두 비상선언을 했는데 한국 정부는 위기에 둔감한 모습을 보인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한결같이 과감하고 선제적인 처방을 건의했다. 위스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를 위협할 때는 강도높은 정부 개입이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나서 일단 금융시장의 공포감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과감하게 낮춘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라니에리 소장도 "한국 정부도 다른 나라처럼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추고 경기 부양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처방했다. 또 "은행부채 지급보증을 위한 입법화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불퇴전의 결의로 대응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경제팀이 단결된 모습으로 시장과 끊임없이 대화하고,적절하고 일관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