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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친구 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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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친한 사람 여섯 명 이상과 형광등 갈기나 수도관 고치기 같은 성가신 일 해결.' 영국의 한 사회단체에서 내놓은 노년의 행복을 위한 조건이다. 살기 불편하면 안되지만 기본적인 것만 해결되면 중요한 건 돈보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얘기를 나눌 친구라는 얘기다.

    곁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한 게 노인뿐이랴.우리 모두 언제든 전화할 수 있는 사람,어찌하면 좋을 지 모를 때 답답한 심정을 하소연할 사람이 아쉽고 그립다. 고단한 현실,분하고 억울한 상황을 견디게 하는 것도 잘잘못을 따지지 않은 채 내 편을 들어주는 누군가의 위로와 격려다.

    다들 살기 바쁘다 보니 아는 사람은 많아도 막상 힘겨울 때 찾을 친구는 없는 걸까. 지난해 국내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4.8명.1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치다. 숫자로는 40대가 가장 많고 20대와 30대에선 사망 원인 1위다. 고시원 방화사건같은 묻지마 폭력 또한 급증하는 추세다.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데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이혼 증가로 인한 가족 해체 가속화,실업률 증가,경제 양극화에 따른 불안 증폭 등.그러나 이런 사회구조적 문제보다 외톨이 증가가 더 큰 요인이라는 지적도 많다. 왕따로 인한 존재 불신에서 나온 증오와 피해의식 탓이 크다는 것이다.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절망이 자살,'그렇지만 혼자 죽기 싫다'는 분노가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격으로 표출된다는 말이다. 살다 보면 여섯은 고사하고 단 한 명만 있어도 어떻게든 버티고 대처할 기운을 얻는다. 해결책을 내놓거나 뭔가 보태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저 내 말을 들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렇지 않고 나는 캄캄한 어둠 속에 있는데 아무도 내게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싶으면 밀려드는 외로움과 두려움에 스스로를 통제하기 어렵다. 자살과 묻지마 폭력 모두 더 이상 남의 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노년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친구 여섯쯤은 잘 챙겨둘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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