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유동성 비율 완화에 대한 검토는 다 끝났다. 그런데 외신 반응이 신경 쓰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

28일 금융감독 당국 고위 관계자가 '원화유동성 비율을 완화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변했다. 은행들이 원화유동성 비율 100%를 맞춰야 하는 10월 말이 돌아오고 있지만 정작 금융 당국은 외신 눈치를 살피느라 결정을 늦추고 있다. 시중은행들 뿐 아니라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금융통화위원회도 원화유동성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며 금융 당국에 요청한 상황이다.

외신 눈치보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은 해외 홍보를 위한 협력조직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지난 27일 3개 부처는 합동으로 외신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금융감독원도 27일 임원회의에서 앞으로 국문 보도자료와 동시에 영문 보도자료를 대부분 내기로 했다.

이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블룸버그통신 등이 앞다퉈 한국 경제 위기론을 보도하면서 '셀 코리아'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FT는 최근 한국이 아시아에서 금융위기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도했다. WSJ도 국제통화기금(IMF)이 멕시코와 브라질,동유럽 등과 함께 한국을 긴급 자금 지원 대상국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은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자금시장의 숨통을 틔워주려고 일찍부터 은행 간 거래 지급보증과 예금자 보호조치 강화,무한 달러 방출,주식시장 부양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모든 게 검토 중"이라며 "여기에 다시 외신 눈치까지 봐야 한다니 시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