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9배로 태국보다 낮아 … 589개 종목 청산가치에도 못 미쳐

코스피지수가 이틀째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는 무엇보다 주가가 절대적으로 낮아졌다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국내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역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해 주요 이머징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상태다. 또 전체 상장 기업 가운데 현재 주가가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종목의 비중은 주요 국가 중 가장 높다.

28일 대우증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가 999.16으로 대폭 반등했지만 PBR는 여전히 0.89배로 역사적 최저치인 0.62배에 근접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인 1.29배는 물론 신흥국 평균(1.14배)보다도 낮은 것이다. 아시아 이머징 국가들과 비교하면 중국(2.03배) 대만(1.12배)뿐 아니라 1.13배인 태국과 필리핀보다 낮다.

또 코스피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759개 종목(우선주 제외) 중 현재 PBR가 1배 미만인 종목은 총 589개로 전체의 7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머징 마켓 중 최고 수준이다.

PBR가 0.84배로 국내 증시보다 낮은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구성 종목 225개 중 시가총액이 해당 기업의 전체 보유 자산보다 적은 종목 비중은 76.0%(170개)로 국내보다 낮다. 대만과 홍콩은 각각 71.7%와 50.0%를 기록하고 있고 글로벌 증시 중 올 들어 낙폭이 가장 큰 중국 증시의 경우 PBR 1배 미만인 종목 비중은 15.2%에 불과하다.

국내 증시에서 PBR가 1배 미만인 종목 수가 유독 많은 것은 유동성 위기에 몰린 건설사와 중소기업은 물론 포스코(0.95배) KT(0.72배) 신한지주(0.77배) 등 대형주들의 PBR가 현저히 낮아진 탓이다. PBR가 1배 미만이란 말은 해당 기업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청산가치)만도 상장 주식을 모두 사고 남을 정도란 뜻이다. 그만큼 국내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위기 이후 실물자산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자산 가치가 추가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대적인 PBR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의 PBR가 최근 1.08배로 외환위기(1.06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은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졌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주가가 5% 이상 급반등한 것은 그간 누적된 정책 효과가 발휘되고 주가가 싸다는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뿐 아니라 일본 싱가포르(0.96배) 러시아(0.63배) 등 PBR가 1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어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주요 지수 가운데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 등은 PBR가 이미 역사적 저점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며 "글로벌 정책 공조가 효과를 나타내면서 신용경색도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단기적인 반등을 기대해볼 만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