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상승률만큼 '수익'…불확실한 시장 대안 떠올라 거래 급증

지난 10월17일 '삼성그룹주 ETF(상장지수펀드)' 거래량이 279만주를 기록했다. 지난 5월21일 상장 이후 최고치였다. 9월 말 하루 평균 거래량 10만~20만주에 비하면 10배가 넘게 급증한 것이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삼성투신운용 ETF 담당자들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하루 거래량이 계속 100만주를 넘어서 예상은 빗나갔다. 삼성그룹주 ETF만의 얘기는 아니다. 국내 대표적 ETF인 '코덱스200' 거래량도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삼성투신운용 관계자는 "최근 콜센터에는 ETF 문의가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말은 거래를 증가시킨 주체가 기관과 외국인이 아니라 개인들이라는 뜻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ETF로 돌려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을 통째로 사는 수단

ETF는 말 그대로 상장된 지수(인덱스)형 펀드다. 따라갈 지수를 정해 놓고 이 지수와 가장 유사한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펀드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지수를 따라가는 펀드는 이 지수의 상승률만큼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돼 있다. 따라서 코스피200 ETF를 산다는 것은 코스피200에 포함된 200개 종목을 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ETF가 인덱스 펀드와 다른 점은 상장돼 있다는 것이다. 상장돼 있기 때문에 매매하기도 편하다.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을 골고루 사고 싶다면 '삼성그룹주 ETF'를 사면 되고,증권 업종에 투자하고 싶다면 '증권업종 ETF'를 사면 되는 셈이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투자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은행 자동차 조선 IT(정보기술)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상장돼 있고 가치주 등 스타일별로 투자할 수 있는 ETF도 있다. 또 작년과 올해 해외 투자 바람을 타고 중국 일본 브라질 브릭스 국가 등의 지수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나왔다.

ETF 투자의 장점은 매매의 편의성에 그치지 않는다. 펀드이기 때문에 증권거래세를 내지 않고 펀드에 가입할 때 내는 수수료도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훨씬 싸다. 보수가 0.23~0.5% 수준이다. 10년이면 주식형 펀드와의 수수료 차이만 해도 엄청나게 날 수밖에 없다. 주식형 펀드처럼 뛰어난 펀드매니저를 고용해 수시로 매매를 해야 하는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시기의 대안으로 부상

ETF가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역시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세계적 금융위기로 어떤 기업이 안전한지 장담할 수 없다. 업종이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런 투자는 상당한 모험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가장 안전한 투자는 시장을 사는 것이다. 주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수익을 낼 수 있고 하락하더라도 시장이 없어지지 않는 한 재상승의 기회는 다시 오기 때문이다.

ETF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그래서 다른 투자와 달리 고민거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ETF 전도사로 불리는 배재규 삼성투신운용 상무는 "ETF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이라고 단언한다. 종목 선정에 대한 고민도 필요없고 저절로 분산투자하는 효과도 있고,다른 펀드와 달리 언제든 필요할 때 현금화할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경제 발전과 자본주의 성장을 믿는다면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싸게 시장을 사는 방법은 ETF를 분할 매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