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미주 최대 한인 헤드헌팅업체 사장

"외국 사람이니까 한국 기업에 충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

미주 최대의 한인 헤드헌팅 업체인 HRcap을 뉴욕에서 운영 중인 김성수 사장은 "한국에서 일하려는 외국인,특히 미국의 백인 고학력자 중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5~10년가량 경험을 쌓고 싶어하는 이들이 무척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외국 인재들은 한국 기업의 지레 짐작과 달리 적극적으로 한국 문화에 적응해 아시아 전문가로서 경력을 쌓기를 원한다"는 게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분석이다.

김 사장은 "한국 기업은 외국 인재를 '잠깐 쓴다'고 생각해 이들에게 적극적인 교육과 성장,경험 기회를 제공하려 들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고 지적했다. "승진이나 업무영역 확장에 대한 기대감을 주지 않는 것은 외국 인재들이 결국 2~3년 안에 이직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

결국 한국 기업이 영입한 외국 인재들의 잦은 이직은 외국인들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국 기업에 원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에 오는 외국 인재들은 대부분 '다음 단계는 어디에서 커리어를 쌓겠다'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들에게 이직보다 더 나은 '당근'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회사 몫"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사장이 운영하는 HRcap은 삼성.LG의 미주 법인과 미국 대형 의류업체인 사우스폴의 공식 헤드헌팅 업체다. 한국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미국에서 선발해 공급하는 것도 주요 업무다. 김 사장은 "한국 기업들이 급속히 글로벌화되면서 외국 인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미국의 인재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외국인 임원 한 명만 한국에 데려가더라도 조직의 인사 관리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며 "글로벌 인재를 채용한다는 것은 곧 '한국식 인사'가 근본적으로 도전받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기업들은 앞으로 실무진까지 외국 인재를 스카우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직급.보수.평가.교육 방식 등 글로벌 인재를 고려한 인재관리 시스템을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뉴욕=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