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kg 쇠파이프 들고 연습

세계 프로골프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가운데 드라이버샷을 가장 멀리 날리는 선수는 누구일까. 얼핏 서양선수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한국출신의 호주교포 이원준(23.LG전자)이다.

올해 미국 PGA 2부투어인 내션와이드투어에 데뷔한 이원준은 시즌 드라이버샷 평균거리가 316.0야드에 달한다. 미PGA투어의 최장타자 부바 왓슨(미국)의 315.2야드를 넘어서는 것으로 세계 주요 프로골프투어 선수들 가운데 최장타자다. 191㎝,90㎏의 농구선수 못지않은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장타력으로 인해 '괴물''붐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원준은 올해 내션와이드투어 26개 대회에 나가 2위 한 차례를 포함,다섯 차례 '톱10'에 들었다. 올 시즌 한 대회(투어챔피언십)만을 남긴 현재 상금랭킹 46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4세 때 호주로 이민간 그는 2006년 5월 미셸 위와 함께 SK텔레콤오픈에 초청돼 아마추어 가운데 가장 좋은 공동 9위를 기록했었다.

그가 장타를 치는 것은 신체조건이 좋은 데다 체계적 훈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골프를 시작할 때 방향성보다는 거리 위주로 힘껏 치는 스윙부터 배우다 보니 장타자가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가 처음 잡은 것은 골프채가 아닌 7㎏짜리 쇠파이프였다. 손잡이에 테이프를 감고 2년 동안 하루에 100회 이상씩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파워를 키웠다.

이어 연습한 것은 방향에 상관없이 300야드 넘기기.불과 일주일 만에 300야드를 넘긴 이원준은 그 다음 5번 아이언에 도전했다. 1년 동안 5번 아이언만 휘두르며 결국 200m 거리를 내게 됐다고 한다. 그런 다음 자세를 배우고 방향을 잡아나갔다.

그는 최장 486야드까지 볼을 보낸 적이 있다. 7번 아이언으로 187야드,피칭웨지로 147야드를 친다. 헤드스피드는 타이거 우즈나 왓슨을 웃도는 시속 131마일(226㎞) 정도다.

각 투어 장타자 중에는 이원준처럼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한국교포인 선수들이 많다. 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은 올시즌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 300.9야드로 미PGA투어 랭킹 13위다.
세계 최장타자는 한국계 이원준(호주교포) … 美 2부투어서 평균 316야드

앤서니 김은 체구가 작아 어렸을 때부터 하체 근력을 키우기 위해 미식축구,농구,달리기 등을 많이 했다. 일본골프투어(JGTO)에서 활약하는 재미교포 한 리(31)는 평균거리 292.8야드로 랭킹 8위를 달리고 있다. 미LPGA투어에서는 이지영(23.하이마트)이 268.0야드로 4위,박희영(21.하나은행)이 263.6야드로 9위에 랭크돼 있다.

각 투어 장타자들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미LPGA투어의 최장타자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만 시즌 7승으로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의 상금랭킹은 중위권이다.

유러피언투어의 알바로 키로스(스페인)가 상금랭킹 23위로 가장 높았고,JGTO의 오다 고메이(일본) 32위,챔피언스투어의 톰 퍼처(미국) 33위,왓슨 56위 등으로 두드러지게 좋은 편은 아니다. 장타력이 성적과 정비례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