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국제중 전형안이 '누더기'가 됐다. 학생들이 별도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입학이 가능해야 한다는 여론에 떼밀려 이것 빼고 저것 빼다보니 남은 것은 '결국 운좋은 학생을 뽑는다'는 식이 됐다. '좋은 학생을 뽑아 국제적 소양을 갖춘 인재로 키워내겠다'는 당초 목표는 찾아보기 어렵다.

시교육청은 지난 8월 대원·영훈중학교를 내년 3월부터 국제중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신입생 선발 방식으로 '1차 학생부·자기소개서 등 서류전형(5배수)→2차 면접·토론(3배수)→3차 추첨(학교당 160명 선발)'을 제시했다. 사교육비 우려 때문에 3배수에서 추첨으로 신입생을 뽑고,영어 능력은 아예 평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사교육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이번엔 '자기소개서'를 제외했다. 시교육청은 '자세한 서술 없이 빈칸 채우기 형식으로 한다'(9월18일),'참고자료로만 활용한다'(10월중순)며 비중을 줄이더니 지난 28일 시교육위에 제출한 안에는 '아예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학원이 대신 써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단면접·토론'이 사라졌다. 학원에서 파워포인트 등을 활용하는 방법까지 교육하고 있어서 뺐다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결국 남은 것은 1단계 학생부 확인,2단계 개인면접뿐이다. 요즘 초등학교 학생부는 수우미양가 점수가 나왔던 과거와 달리 '요점을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남','관찰력이 좋음' 등 긍정적인 면 위주로 서술하도록 하고 있어 변별력이 없다. 출결상황,자격증,수상실적이 있지만 대부분 대동소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교육청은 한때 2단계 면접까지 없애는 방안도 검토했다가 대원·영훈중이 '그러면 학생들을 뭘 보고 뽑느냐'며 반발해 그나마 남겨뒀다고 한다.

극성스러운 학부모들,그리고 교묘히 국제중에 대한 기대심리와 불안감을 부추겨 이익을 챙기는 학원들의 문제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운으로 진학이 결정된다면 과연 국제중의 당초 설립 목표에 맞는 인재를 길러낼지 걱정이 앞선다.

이상은 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