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다급해진 선진국들이 중동 국가에 투자 유치,자금 원조 등을 요구하며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선진국의 고위 관료나 재계 거물들도 잇따라 중동을 방문,'오일머니'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로버트 키밋 미국 재무차관은 28일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방문,"미국은 중동의 신규 투자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며 "중동의 국부펀드가 지난 50년간의 투자 추세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의 투자는 미국 경제에 갈수록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키밋 차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중동의 선진국 투자가 주춤하자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노골적인 구애를 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 가운데 하나인 UAE의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포트폴리오의 55%를 선진국 자산으로 구성하고 있을 정도로 중동 오일머니는 월가의 중요한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이번 주말에 중동을 방문할 예정인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최근 동유럽의 위기와 관련,"국제통화기금(IMF)의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중동 국가들이 도와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부탁했다. IMF 역시 자금이 부족하게 될 경우 중동에 지원 요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중국 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국의 국부펀드도 금융위기를 계기로 선진권 투자에 초점을 맞춰왔던 것을 역내로 돌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전 세계 국부펀드의 29%를 차지하는 아시아 국부펀드가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유자산의 현금화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