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아르헨티나 자국토오하 결제 확대 … 중동선 단일토오하 추진

세계 '화폐 전쟁'이 시작됐다.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미국 중심의 세계 금융질서에 대한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에 무역 결제통화로 달러화 대신 루블화와 위안화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중국은 대만과의 결제통화를 달러 대신 위안화와 대만달러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남미 국가들도 무역거래에서 자국 통화 사용을 확대하고 있으며,중동은 2010년까지 단일통화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다음 달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고 있는 이 같은 움직임은 국제 금융질서 재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달러 찬밥 … 中ㆍ러 "무역결제 위안ㆍ루블화로"

◆러시아와 중국의 도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28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참석한 제3차 중.러 경제포럼에서 "달러를 기반으로 한 세계경제는 심각한 문제와 실패를 겪고 있다"며 "양국 간 결제통화로 루블화와 위안화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원 총리도 "시장 안정을 위해 다양한 통화의 사용이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양국 교역 규모는 올 들어 9월까지 430억달러에 달한다. 올 연간으로는 5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은 세계 3위와 1위의 외환보유국으로 이들의 탈달러화 움직임은 세계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이미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을 줄여왔으며,최근에는 원유와 천연가스 결제대금을 루블화로 하는 방안을 각국에 제안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우크라이나에선 기업들이 러시아와 거래에서 달러 대신 루블화로 결제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VTB은행 바팀 푸시카레프 이사회 의장은 "미국 일극 체제 시절은 종식됐다"며 "수년 내 루블화가 세계 3의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도 달러 체제 종식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다음 달 3일부터 7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제2차 양안(兩岸.중국과 대만)회담에서 무역대금 결제수단을 달러화 대신 양안 통화로 대체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과 접경지대 변경무역 결제통화로 위안화가 사용되는 여세를 몰아 위안화의 국제 위상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앞서 인민일보는 1면 논평을 통해 "음울한 (금융위기의)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미국이 달러화의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세계의 부를 착취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세계는 달러화의 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하이퉁지대 스젠쉰 교수가 기고한 이 논평은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이 각각의 무역관계에서 달러를 버리고 유로와 파운드 엔 위안화 등 다양한 통화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남미.중동도 탈(脫)달러 움직임

남미 12개국도 무역거래에서 달러화 사용을 줄이고 자국 통화 사용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가 28일 보도했다.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긴급확대회의에 참가한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4개 정회원국과 볼리비아 콜롬비아 칠레 에콰도르 페루 베네수엘라 가이아나 수리남 등 8개 준회원국의 외무.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 같은 방안에 합의했다.

이달 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양국 간 무역거래에 적용하기 시작한 자국 통화 사용 확대 조치를 확산시켜 나가기로 한 것이다. 남미 지역 내 자국 통화 사용 확대는 향후 남미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단일통화 창설 주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 중동 국가로 이뤄진 걸프협력기구(GCC)도 2010년까지 단일통화를 출범키로 합의한 상태다. 앞서 지난해 쿠웨이트는 달러 페그제를 폐지했다. 산유국들의 탈달러화 움직임은 달러를 결제통화로 사용하는 원유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