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와 주가 하락,세계적인 수요 둔화 등으로 경기후퇴 조짐이 뚜렷해지자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일본 정부는 전 가구에 일정액의 현금이나 상품권을 지급해 소비를 진작하는 경기부양책도 강구키로 했다.

일본은행은 31일 개최하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인 하루짜리 무담보 콜금리를 현행 연 0.5%에서 0.25%로 0.25%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내리면 2001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7개국 중앙은행이 동시에 정책금리를 인하할 때까지만 해도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한때 26년 만에 7000엔 선을 밑돌고,엔화 가치는 13년 만에 달러당 90엔대까지 오르는 등 금융불안이 가중되자 금리인하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급락했다. 이날 엔화 가치는 전날보다 2엔 이상 떨어진 달러당 96엔대에서 거래됐다. 이와 관련,동양종금증권은 이날 엔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수익 외화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금 청산이 최고점을 지나면서 엔화의 초강세 국면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일본 정부는 또 내달 초 발표할 경기부양책에 당초 검토했던 2조엔 규모의 감세 대신 같은 액수의 현금이나 상품권을 전 가구에 지급하는 방안을 포함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거품경제 붕괴 후 '10년 불황기'였던 1999년에 7000억엔을 들여 15세 이하 어린이와 고령자가 있는 가구에 대해 1인당 2만엔(약 30만원)씩의 상품권을 나눠준 바 있다. 이번에도 지급금액은 1인당 1만~2만엔(15만~3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편 일본은행은 31일 금리회의에서 경기전망치를 대폭 하향 수정할 예정이다. 올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의 1.2%에서 0%대 전반으로,내년 전망치는 1.5%에서 0%대 후반으로 각각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