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은 3∼4년이 지나야 끝날 것이다. 한국은 기초체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할 충분한 저력이 있다."

윌리엄 F 밀러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교수(83)는 "이번 불황은 미국이 1990년대 초 경험했던 2년∼2년6개월가량의 불황보다 좀 더 길겠지만 3∼4년 후에는 벗어나게 될 것"이라며 한국경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밀러 교수는 지난 28일 건국대학교의 명예학장 추대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1964년 기술경영(MOT)개념을 정립하고 1979년 이를 학문으로 정착시킨 경영학의 대가다.

밀러 교수는 "1929년 대공황도 겪어봤지만 지금의 침체는 그때와 다르다"며 "각국의 공조 체제가 보다 빠르게,보다 현명하게 가동돼 불황의 극복 시점을 앞당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파생상품 개발로 인해 유동성이 확장된 것이 자본주의를 보다 취약하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이미 110여년 전인 1897년 미국과 유럽에서 한 차례 일어났으며 당시에도 유럽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가 미국까지 급속도로 전파됐다"는 것.그에 따르면 이때 유럽은 약 5년 만에,미국은 4년 만에 불황에서 벗어났다.

밀러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해 "위기를 극복할 기초 체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기술력은 매우 높은 수준이며 IT(정보기술)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 같은 기술력이 결국 경제의 체력을 튼튼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