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영어교실ㆍ명문대 입학땐 4년 장학금…타지역 학생들 몰려
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교정을 감싼 29일 오후 경남 남해군 남해해성고등학교 1학년 교실.서울에서 온 김다솔,청주 출신 정은혜, 대구가 고향인 신국화, 목포소녀 장성진, 김해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김나은 등 전국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수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반도 남단의 작은 시골학교지만 학생들의 출신지는 그야말로 '전국구'이다. 최근 신흥 명문 자율형 사립고로 떠오르면서 전국 각지의 인재들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교생 272명 중 타지 출신 학생들이 66%에 달한다. 최근 마감한 내년도 신입생 모집경쟁률은 2.5 대 1에 이른다. 전국 140개 중학교 출신들이 지원했다. 이들의 학교 평균 성적은 상위 9.8% 안에 든다.
학교가 이렇게 변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나가는 바람에 한때 200여명에 이르던 학생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폐교 직전까지 갔던 이 학교는 2006년 3월 이중명 에머슨퍼시픽그룹 회장이 재단이사장에 취임하면서 180도로 바뀌었다. 기업이익의 사회환원과 인재양성에 관심이 많았던 이 회장은 다양한 장학제도와 혁신적인 교육시스템,과감한 투자 등으로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 이 회장은 "올해 서울대에 1명,연세대에 3명이 수시 합격했다"며 "새 재단이 선발한 현재 2학년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10학년도부터 명문대 입학생 숫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지난해 사재 42억원을 털어 최신 기숙사인 '덕일드림학사'를 지었다. 이곳에서 재학생 90%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파격적인 장학금제도도 도입,명문대 입학시 4년간 장학금을 지원받는다. 학교 측은 오지에 있어 학생들이 과외를 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 주말에 대학강사를 초빙,국ㆍ영ㆍ수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최첨단 어학시설을 갖춘 7개의 '글로벌 존'(영어전용교실)을 마련해 학생들이 수준 높은 영어를 늘 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원어민 교사 등 5명의 영어교사가 학년 구별없이 수준별로 6~20명 정도의 학생들을 모아 화상강의와 영어발표 교육을 하고 있다. 조만간 대원외국어고,영국 이튼스쿨 등과 협약을 맺어 학생과 교사교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학교 측이 의욕적으로 도입한 멘토링(후견인) 제도는 출신지역이 다른 학생들을 하나로 묶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멘토링은 후견인인 '멘토'(교사)가 학생(피후견인)에게 상담과 조언을 통해 한데 어우러지도록 하는 제도다. 실제 한 교사는 학생과 기숙사 룸메이트로 지내며 학교생활을 의논하며 적응을 적극 돕고 있다.
정창호 교장은 "해성고가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모범 사례로 자리잡고 있다"며 "내년엔 2개 학급을 더 늘려 농어촌 학교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남해=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