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벽 양국 동시발표 … 원ㆍ달러환율 하락 예고

한국과 미국이 원화와 달러화를 상호 교환하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 이에 따라 한국은 외환위기 등으로 달러가 부족해지면 원화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맡기고 그만큼의 달러화를 가져올 수 있게 됐다.

한국은행과 미국 FRB는 30일 새벽 4시30분(한국 시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통화 스와프 체결 사실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발표했다. 통화 스와프 규모는 300억달러 수준으로 정했으며,필요한 경우 더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30일 오전 6시30분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과 그 배경을 설명한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잇따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함에 따라 전 세계에 외화 유동성 부족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지난 9월 호주와 300억달러,노르웨이ㆍ덴마크와 각각 150억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으며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통화스와프 체결국 가운데 주요국에 대해서는 일시적으로 스와프 한도를 없애 이들 국가에 무제한으로 달러를 공급한다는 방침을 천명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통화스와프 기간과 규모가 어떤지보다는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한국이 사실상의 통화동맹을 맺는다'는 의미를 갖는다"며 "위기상황이 오면 무제한 공급으로 전환할 수도 있음이 일본 등의 사례에서 이미 입증된 만큼 한국의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깔끔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스와프는 실무 차원에서 추진해오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신제윤 차관보가 지난달부터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오가며 본격적으로 협의를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강 장관은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선진국 간에 체결하고 있는 통화스와프에 신흥시장국도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곳은 10개국이다.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스위스 등 4개국 중앙은행과는 스와프 한도가 무제한이며 호주 캐나다 스웨덴 등은 각각 300억달러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