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원-달러 맞교환' 전격 합의] '통화 동맹' … 비상대비 곳간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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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신인도 향상 一石二鳥 효과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 체결은 통화 측면에서 군사동맹을 맺은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중앙은행 간 조약이다. 외환위기와 같은 비상 사태가 발생하면 미리 정한 한도 내에서 미국 중앙은행으로부터 달러를 끌어다 쓸 수 있는 동맹관계를 맺은 셈이다.
통화스와프 체결은 '원화가 미국의 보호대상 통화가 됐다'는 의미도 있다. 미국이 최근 통화스와프 대상 국가 중 일본 스위스 등에 대해 한도를 무제한으로 확대한 데서 볼 수 있듯이 한도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스와프 어떻게 운용하나
일반적인 의미에서 통화스와프(CRS·Currency swaps)란 사전에 정해진 만기와 환율에 따라 서로 다른 통화를 맞바꾸는 것을 말한다. 통상 민간 금융회사가 환 리스크 회피나 필요 통화를 조달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앙은행 간에 통화스와프를 한다는 것은 서로 상대국의 통화를 각국 중앙은행에 일정 기간 교환 예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통화스와프 라인을 구축해 두면 한국은 달러 부족시 FRB에 원화를 맡기고 정해진 환율에 따라 달러화를 가져올 수 있다. 사전에 약정된 기간이 끝나면 예치금을 되찾아오면서 달러화를 반납해야 하지만,한은에 부여한 통화스와프 한도 내에서는 얼마든지 차환(롤 오버)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 외화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했던 것은 시중에 달러화가 부족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FRB와 스와프 라인을 개설하면 정부와 한은은 FRB와 교환 예치하는 자금의 규모를 조절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미국 FRB와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게 국내 외화 유동성 위기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서도 일본 유럽연합(EU) 덴마크 캐나다 등의 환율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도 사전에 FRB와 스와프 라인을 개설해 두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의 원화가 외환보유액의 뒷받침을 받아야만 하는 '변두리 통화'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도 가진다. 달러 보유액이 바닥나는 순간 원화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휴지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대외신인도를 의심받을 때마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해명에 나서야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외환·실물 동시처방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은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기 부양까지 겨냥한 다목적 포석이다. 전 세계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전이되면서 어려움에 빠진 미국은 '수출'로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문제는 상당수 국가들이 외환 걱정 때문에 수입을 늘릴 수 없는 지경이라는 사실이다.
2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보유한 한국만 해도 '경상수지 흑자만이 살 길'이라며 수출을 독려하고 있다. 신흥국들이 외환위기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을 줄이지 않고서는 세계 경기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 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일본 중앙은행이 구축한 통화스와프를 브라질 헝가리 등 신흥시장국까지 확대해 외환보유액 고갈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지니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상호 협력을 통해 경기 부양을 선도해야 한다"며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없겠지만 아시아와 개도국의 동반 침체로 인한 장기 불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스와프 체결 현황은
미국 FRB는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총 10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당초 FRB는 유럽중앙은행과 스위스 중앙은행 등 두 곳에 대해서만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스와프 대상 국가를 늘려왔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과 스위스 중앙은행에 이어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의 중앙은행이 FRB와 스와프 계약을 맺고 새로 공조체제에 편입됐다. FRB는 29일에는 뉴질랜드 중앙은행과도 150억달러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FRB가 이들 10개국 중앙은행과 맺은 통화스와프 규모는 지난달 말까지 6200억달러였다. 국가별로는 유럽중앙은행 2400억달러,일본은행 1200억달러,잉글랜드은행 800억달러,스위스 중앙은행 600억달러 등이며 호주 캐나다 스웨덴은 각각 300억달러,노르웨이 덴마크 뉴질랜드는 각각 150억달러 등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FRB는 지난 13일 유럽중앙은행 잉글랜드은행 스위스 중앙은행 등과의 스와프 한도를 무제한으로 늘리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이어 15일에는 일본은행과의 스와프 한도도 없애 필요한 만큼의 달러를 공급한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김인식/이태명/차기현 기자 sskiss@hankyung.com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 체결은 통화 측면에서 군사동맹을 맺은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중앙은행 간 조약이다. 외환위기와 같은 비상 사태가 발생하면 미리 정한 한도 내에서 미국 중앙은행으로부터 달러를 끌어다 쓸 수 있는 동맹관계를 맺은 셈이다.
통화스와프 체결은 '원화가 미국의 보호대상 통화가 됐다'는 의미도 있다. 미국이 최근 통화스와프 대상 국가 중 일본 스위스 등에 대해 한도를 무제한으로 확대한 데서 볼 수 있듯이 한도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스와프 어떻게 운용하나
일반적인 의미에서 통화스와프(CRS·Currency swaps)란 사전에 정해진 만기와 환율에 따라 서로 다른 통화를 맞바꾸는 것을 말한다. 통상 민간 금융회사가 환 리스크 회피나 필요 통화를 조달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앙은행 간에 통화스와프를 한다는 것은 서로 상대국의 통화를 각국 중앙은행에 일정 기간 교환 예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통화스와프 라인을 구축해 두면 한국은 달러 부족시 FRB에 원화를 맡기고 정해진 환율에 따라 달러화를 가져올 수 있다. 사전에 약정된 기간이 끝나면 예치금을 되찾아오면서 달러화를 반납해야 하지만,한은에 부여한 통화스와프 한도 내에서는 얼마든지 차환(롤 오버)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 외화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했던 것은 시중에 달러화가 부족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FRB와 스와프 라인을 개설하면 정부와 한은은 FRB와 교환 예치하는 자금의 규모를 조절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미국 FRB와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게 국내 외화 유동성 위기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서도 일본 유럽연합(EU) 덴마크 캐나다 등의 환율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도 사전에 FRB와 스와프 라인을 개설해 두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의 원화가 외환보유액의 뒷받침을 받아야만 하는 '변두리 통화'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도 가진다. 달러 보유액이 바닥나는 순간 원화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휴지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대외신인도를 의심받을 때마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해명에 나서야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외환·실물 동시처방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은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기 부양까지 겨냥한 다목적 포석이다. 전 세계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전이되면서 어려움에 빠진 미국은 '수출'로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문제는 상당수 국가들이 외환 걱정 때문에 수입을 늘릴 수 없는 지경이라는 사실이다.
2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보유한 한국만 해도 '경상수지 흑자만이 살 길'이라며 수출을 독려하고 있다. 신흥국들이 외환위기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을 줄이지 않고서는 세계 경기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 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일본 중앙은행이 구축한 통화스와프를 브라질 헝가리 등 신흥시장국까지 확대해 외환보유액 고갈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지니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상호 협력을 통해 경기 부양을 선도해야 한다"며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없겠지만 아시아와 개도국의 동반 침체로 인한 장기 불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스와프 체결 현황은
미국 FRB는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총 10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당초 FRB는 유럽중앙은행과 스위스 중앙은행 등 두 곳에 대해서만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스와프 대상 국가를 늘려왔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과 스위스 중앙은행에 이어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의 중앙은행이 FRB와 스와프 계약을 맺고 새로 공조체제에 편입됐다. FRB는 29일에는 뉴질랜드 중앙은행과도 150억달러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FRB가 이들 10개국 중앙은행과 맺은 통화스와프 규모는 지난달 말까지 6200억달러였다. 국가별로는 유럽중앙은행 2400억달러,일본은행 1200억달러,잉글랜드은행 800억달러,스위스 중앙은행 600억달러 등이며 호주 캐나다 스웨덴은 각각 300억달러,노르웨이 덴마크 뉴질랜드는 각각 150억달러 등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FRB는 지난 13일 유럽중앙은행 잉글랜드은행 스위스 중앙은행 등과의 스와프 한도를 무제한으로 늘리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이어 15일에는 일본은행과의 스와프 한도도 없애 필요한 만큼의 달러를 공급한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김인식/이태명/차기현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