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포장재인 아스콘을 생산,정부발주 공사현장 등에 납품하는 아스콘업계가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대기업 정유사들을 상대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원유를 정제,아스콘의 원료인 아스팔트를 생산하는 정유사들이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아스팔트 가격을 올려 받고 있어서다.
실제 한국석유협회 및 아스콘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두바이산)는 지난 7월4일 배럴당 140.70달러를 정점으로 111.64달러(9월1일)→89.54달러(10월2일)→54.94달러(10월28일)로 크게 떨어지고 있다. 아스팔트 생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벙커C유 가격 역시 7월 112.9달러에서→103.7달러(8월)→90.8달러(9월)→62.0달러(10월 셋째주)로 하락하는 추세다. 같은 기간중 정유사의 원유도입 가격은 원·달러 환율 상승분을 감안하더라도 무려 45.1%나 떨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기업 정유사가 아스콘업체에 공급하는 아스팔트 가격은 9월에 ㎏당 400원에서 550원으로 인상된 이후 10월에도 ㎏당 600원으로 오른 상태다. 이와 관련,조상범 대한석유협회 과장은 "올 들어 원유가격이 상승할 때 아스콘가격을 많이 올리지 못해 미반영분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정유사들은 원자재 파동에 따른 '고통분담'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다급해진 아스콘업계는 도로공사 발주처인 조달청에 납품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일부 지방조달청에서 가격을 인상해 줘 숨통이 트일 것 같다"면서도 "정유업계의 수익보전분만큼 국민세금이 축나는 꼴 아니겠느냐"며 씁쓸해 했다.
대·중소기업 간에 '상생'이라는 단어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회자되고 있지만,이번 사례에서 확인되듯 갈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이정선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