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 해소ㆍ투자심리 회복에 도움
'유동성 함정' 빠져 장기불황 우려도

미국과 중국이 금리를 낮추면서 글로벌 금리 인하 2라운드가 시작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9일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0%로,재할인율은 연 1.5%에서 1.25%로 낮췄다. 중국도 이날 예금 및 대출금리를 각각 0.27%포인트 낮췄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은 27일 기준금리를 연 4.25%로 0.75%포인트 내렸다. 31일에는 일본은행이 현재 연 0.5%인 금리를 0.25%로 인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BOE)은 다음 달 6일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ECB가 기준금리를 연 3.25%로 0.5%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금리 동반 인하는 급속히 확산되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것이다.

◆금리 추가 인하 이어질 듯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한 달 새 두 번째다. 지난 8일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긴급 공조로 기준금리를 일제히 낮춘 데 이어 다시 금리 인하에 돌입한 것이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앞으로도 추가 금리 인하가 예고되고 있다. FRB는 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행동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금리 인하를 내비쳤다.

제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언 세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를 감안할 때 FRB가 12월16일 회의에서도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제로(0) 금리로까지 가는 셈이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이 경기 경착륙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내년 말까지 최소 4차례 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 인사를 시사했다.

이 같은 금리 인하 국제공조는 유동성 공급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 간 공조로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 얼어붙은 투자심리도 되살아날 수 있다. 또 금리 인하는 기업 및 가계의 이자 부담을 더는 효과가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키고 소비자와 기업의 대출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의 금리 인하로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2%,파운드화에 대해 3% 급락했다. 10년 만에 최대폭이다. 반면 서부텍사스 원유(WTI) 가격은 4.77달러(7.6%) 오른 배럴당 67.5달러로 마감했다.

◆경기 회복엔 아직 역부족

하지만 시장에서는 느슨한 통화정책이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장기 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10년 장기 불황을 겪었던 일본이 초저금리 정책 효과를 보지 못한 대표적인 경우다.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고 가계는 소비를 줄이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인 디레버리지(차입 감축) 현상으로 경제 주체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빚을 갚는 데 주력하는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없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FRB가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US글로벌인베스터스의 존 데릭 연구원은 "1%의 금리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더 이상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없어져 FRB가 무력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이익원/베이징=조주현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