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향후 10년 내 아시아에서 공통 통화 또는 통화 연맹이 탄생할 것이다. "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3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지도자포럼에서 아시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통화의 탄생을 예견했다. 먼델 교수는 이날 두 번째 세션 기조연설에서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은 아시아 자체적으로 통화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며 "통화 연맹을 통해서 공동으로 인플레이션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거시경제 교과서에 등장하는 '최적통화지역' 이론을 주창했고 199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먼델 교수는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당초 부실 자산이 경제 시스템에 들어오면서 시작됐지만 달러 가치 상승을 통해 국제적인 통화 문제로 비화했다"며 "변동환율제를 유지하고 있고 기축통화가 아닌 아시아 국가들의 공동 대응 필요성이 절실해졌다"고 설명했다.

먼델 교수는 "외환 변동성이 커지면서 유럽에서도 통화 동맹이 형성됐는데 지금 아시아의 상황도 유사하다"며 "아시아에서 단기간에 단일 통화가 나오기는 힘들겠지만 공통 통화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아시아통화기금이 창설돼야 한다고 역설한 뒤 일본과 중국이 합의하는 과정에서 주도권 다툼 등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로 지금의 통화체제가 문제가 많다는 것은 확실해졌다"며 "유럽에서는 아예 브레튼우즈 시스템으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나오고 부시 대통령은 G20 회의를 개최하기에 이르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요 통화들의 가치 안정"이라고 설명했다.

먼델 교수는 "11월15일 정상회의에서 세계통화 창설이 제의될 가능성이 있다"며 "2015년까지 1단계로 각국 통화를 달러에 고정시키고 2단계에서 ACU(아시아통화유닛)에 각국 통화를 고정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금융위기에 대해서는 과장된 측면이 많고,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주장했다. 먼델 교수는 "금융위기를 모든 곳에서 얘기하지만 실물경제는 보이는 것처럼 나쁘지 않다"며 "비관주의자들은 어려운 얘기만 하지만 결국에는 그들의 주장이 옳지 않다는 것이 판명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경제가 올 1분기부터 바닥에서 서서히 회복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달러 가치가 강세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원기 기자/하경환 인턴(한국외대 4학년)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