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은 가까워야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비행시간이 길면 오가는데 금쪽 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몸도 피곤해 공이 잘 맞지 않는다. 현지에서의 이동거리도 두말하면 잔소리다. 코스 레이아웃이나 잔디관리 상태도 기본 중의 기본.깔끔한 페어웨이와 그린 위에서 머리를 써가며 도전할 수 있는 코스라면 금상첨화다. 그런 조건을 두루 갖춘 곳 중의 하나가 사이판이다. 사이판은 태평양상의 섬나라.비행시간이 4시간 정도로 가깝고 바다를 향해 샷을 날릴 수 있는 근사한 골프장이 6개나 돼 취향에 따라 선택해 즐길 수 있어 좋다.

■에메랄드빛 바다로의 티샷

사이판 섬 동부 캉만포인트에 자리한 라오라오베이CC가 사이판 최고의 골프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 골퍼들이 즐겨 찾는 골프장 중 하나로 금호리조트가 인수해 운영 중이다. 코스는 '호주의 백상어' 그레그 노먼이 설계했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링크스 코스로 미국의 페블비치 코스를 연상시키는 동코스(파72ㆍ6329야드)와 타포차우 산자락의 숲과 호수가 조화를 이루는 서코스(파72ㆍ6805야드) 각 18홀,총 36홀 규모다.

동코스는 클럽 하우스 옆 연못 쪽에서 시작해 산 정상을 향하다가 4번홀부터 탁 트인 태평양을 만난다. 5~7번홀로 이어지는 해안 절벽 코스가 환상적이다. 특히 바다를 넘기는 미들홀인 7번홀이 가장 어렵다. 코스가 긴 편은 아니지만 왼쪽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감안해 공략해야 하기 때문에 클럽 선택부터 고민하게 만든다. 해안 절벽에 부딪치는 파도 풍경을 보다 보면 티샷 때 긴장감이 풀릴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자칫 방심했다가는 볼이 페어웨이가 아닌 바닷속으로 직행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16번홀부터 이어진 라오라오베이의 마지막 세 홀 또한 링크스 코스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숲과 호수가 어울린 중급자 코스

서코스는 타포차우 산기슭에 펼쳐져 있다. 호수가 많고 페어웨이가 좁다. 페어웨이 곳곳에 배치된 나무와 연못 또한 샷을 어렵게 만든다. 각종 골프대회가 많이 열리는 코스로 유명하다.

1ㆍ8ㆍ10ㆍ16번홀이 특히 어렵다. 파4인 1번홀은 오르막 경사의 비교적 긴 미들홀.맞바람이 불 때는 장타자라 하더라도 2온이 힘들다. 욕심을 버리고 또박또박 쳐 3온을 목표로 하는 게 요령.그린이 작아 마지막 샷에서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파4의 8번홀이 핸디캡 1인 홀이다. 오른쪽에 커다란 호수를 끼고 있는 페어웨이가 갑갑할 정도로 좁아 공을 잃어버리는 이들이 많다. 제1타의 쇼트 커트는 대단히 위험하다. 페어웨이 중앙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벙커로 둘러싸인 그린 또한 작아 보기 이상도 감수해야 한다.

파3인 13번홀은 슬라이스가 용서되지 않는 홀.오른편의 연못 끝자락을 넘겨야 한다. 그린 오른쪽 앞뒤에는 벙커까지 도사리고 있어 왼쪽을 공략하는 게 안전하다. 파5인 16번홀은 세컨드샷 낙하 지점의 왼쪽이 숲이며 오른쪽은 연못.페어웨이 우드의 정확성이 관건이다. 서드샷 지점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점도 불편하다.

■천연잔디 연습장과 한식

라오라오베이CC에서는 캐디 없이 전동카트를 몰고 라운드한다. 전동카트 이용료가 그린피에 포함돼 있다. 사이판에서 유일하게 천연잔디 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라운드를 하지 않는 일반 관광객도 이용할 수 있다. 지붕 있는 벤치와 테이블이 마련돼 있으며 매점에서 간단한 음식과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볼 한 바구니(30구)에 2달러.

카페에서는 양식과 일식(각 13달러)을 맛볼 수 있다. 한국 골퍼들을 위한 한식도 차린다. 출발 지점에 있는 매점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아이스박스와 얼음을 무료로 내준다. 코스 중간에 그늘집이 없어 물이나 음료를 미리 구입하는 게 좋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