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실물경기 살리는데 정책초점 맞춰야

"외환시장에서 필요했던 건 환율을 하락세로 돌리는 방아쇠였다. 오늘 드디어 그 방아쇠가 당겨졌다. "

시중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30일 외환시장이 열리기 직전 "이제는 시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새벽 전해진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소식이 시장의 과열 심리를 진정시켜 환율을 하락세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에 베팅하는 심리는 이제 사라진 것 같다"며 당분간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환율이 올라가는 속도가 빨랐던 만큼 내려가는 속도도 빠를 것"이라며 "전체적인 금융시장의 안정세와 함께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심리적인 불안 요소가 제거됐을 뿐 글로벌 신용 경색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애초에 문제가 외부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안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물경기 악화를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물경기가 계속해서 나빠질 경우에는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금융 부문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고 볼 수 있다"며 "경상수지와 부동산 경기 등 실물 측면의 안정화가 이루어져야 금융 부문의 안정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