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제 '새판 짜기' 이념ㆍ선입견의 틀을 깨라...한국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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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 지음.청림출판. 415쪽.1만5000원
설악산의 이모저모를 사진에 담아 잘 배열하면 설악산 전체를 구경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한국 경제,패러다임을 바꿔라>에 대한 첫 인상이다. 이 책은 한국 경제에 대한 48개의 질문을 각 4~10쪽으로 설명해 놓고 있다. 질문들은 모두 자기 완결적으로 쓰여졌으나 이를 6개의 장으로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한 글을 보니 한국 경제 전체를 구경하는 것 같다.
이처럼 부분을 맞추어 전체를 의미 있게 보는 작업에는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48개의 스냅 사진이 우리 경제의 핵심 의제를 다루고 있어야 한다. 저자는 경제 성장,산업과 금융,FTA,환율,주식,재벌문제,부동산,교육,공기업 등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핵심 의제들을 잘 선정했다. 특히 최근의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이 많아 그가 지금의 경제위기를 예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둘째,48개의 스냅 사진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철학적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어느 독자든 이 책을 읽고 나면 저자의 주관이 참 뚜렷하고 일관적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로 창조성,실용주의,주체성을 들고 있다. 이 세 주제를 묶어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선진국 혹은 경제이론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고 한국적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각 나라의 역사와 제도를 중심으로 현상을 분석해야 한다는 제도학파의 결론으로 책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관철되어 있다.
셋째,주장이 참신해야 한다. 다 아는 이야기를 풀어 내는 것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의 주장은 참신하다 못해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정경유착을 잘 해야 경제 발전 빨라진다" "금융은 차세대 성장동력인가" "외자유치 왜 필요했나?" "가족경영이 전문경영보다 효율적이다" "출산장려책은 돈만 들고 효과 없다" 등 많은 사람들이 당연시해 왔던 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 책의 제목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의 글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의 이념적 위치가 어디인지 매우 혼돈스러울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이면서 공기업 민영화에 부정적이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좌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7%의 성장목표를 옹호하고 재벌과 가족경영의 장점을 부각하는 내용에서는 우파인 것 같기도 하다.
그가 2003년에 출간한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을 본 사람들은 이 두 가지 엇갈리는 시각의 접점을 이해할 것이다. 그는 스스로 인정하듯이 제도학파 학자다. 하나의 일반이론이 모든 구체적 사례에 적용된다는 주장을 믿지 않는 학자다. 따라서 좌파면 저래야 하고 우파면 이래야 한다는 선입견에도 반기를 든다. 하나의 가치관으로 현상을 설명하려 하지 말고 대한민국 국익에 맞는 '실용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역시 세계는 이념의 시대를 지나 실용의 시대로 가고 있는가?그러나 '국익'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념적 가치관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최근 경제를 쉽게 설명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 책은 다소 수준 있는 독자를 겨냥했다. 그러나 기자 출신 저자의 바삭바삭한 표현력,'따로읽기' 등 흥미로운 첨가물,도발적인 주장 덕분에 그다지 딱딱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의 다음 저작이 벌써 기다려진다.
박진 KDI대학원 교수.미래전략연구원장
설악산의 이모저모를 사진에 담아 잘 배열하면 설악산 전체를 구경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한국 경제,패러다임을 바꿔라>에 대한 첫 인상이다. 이 책은 한국 경제에 대한 48개의 질문을 각 4~10쪽으로 설명해 놓고 있다. 질문들은 모두 자기 완결적으로 쓰여졌으나 이를 6개의 장으로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한 글을 보니 한국 경제 전체를 구경하는 것 같다.
이처럼 부분을 맞추어 전체를 의미 있게 보는 작업에는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48개의 스냅 사진이 우리 경제의 핵심 의제를 다루고 있어야 한다. 저자는 경제 성장,산업과 금융,FTA,환율,주식,재벌문제,부동산,교육,공기업 등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핵심 의제들을 잘 선정했다. 특히 최근의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이 많아 그가 지금의 경제위기를 예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둘째,48개의 스냅 사진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철학적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어느 독자든 이 책을 읽고 나면 저자의 주관이 참 뚜렷하고 일관적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로 창조성,실용주의,주체성을 들고 있다. 이 세 주제를 묶어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선진국 혹은 경제이론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고 한국적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각 나라의 역사와 제도를 중심으로 현상을 분석해야 한다는 제도학파의 결론으로 책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관철되어 있다.
셋째,주장이 참신해야 한다. 다 아는 이야기를 풀어 내는 것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의 주장은 참신하다 못해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정경유착을 잘 해야 경제 발전 빨라진다" "금융은 차세대 성장동력인가" "외자유치 왜 필요했나?" "가족경영이 전문경영보다 효율적이다" "출산장려책은 돈만 들고 효과 없다" 등 많은 사람들이 당연시해 왔던 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 책의 제목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의 글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의 이념적 위치가 어디인지 매우 혼돈스러울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이면서 공기업 민영화에 부정적이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좌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7%의 성장목표를 옹호하고 재벌과 가족경영의 장점을 부각하는 내용에서는 우파인 것 같기도 하다.
그가 2003년에 출간한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을 본 사람들은 이 두 가지 엇갈리는 시각의 접점을 이해할 것이다. 그는 스스로 인정하듯이 제도학파 학자다. 하나의 일반이론이 모든 구체적 사례에 적용된다는 주장을 믿지 않는 학자다. 따라서 좌파면 저래야 하고 우파면 이래야 한다는 선입견에도 반기를 든다. 하나의 가치관으로 현상을 설명하려 하지 말고 대한민국 국익에 맞는 '실용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역시 세계는 이념의 시대를 지나 실용의 시대로 가고 있는가?그러나 '국익'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념적 가치관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최근 경제를 쉽게 설명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 책은 다소 수준 있는 독자를 겨냥했다. 그러나 기자 출신 저자의 바삭바삭한 표현력,'따로읽기' 등 흥미로운 첨가물,도발적인 주장 덕분에 그다지 딱딱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의 다음 저작이 벌써 기다려진다.
박진 KDI대학원 교수.미래전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