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마이어 지음.김중근 옮김.프롬북스.2만원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결국 전 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상태로 몰고 갔다. 1997년 외환위기 때와는 체질 자체가 다르다며 설마 하던 한국도 주가폭락,환율급등에 이은 실물경제 위기론의 공포가 팽배한 상황이다. 주가가 하루 걸러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현실에서 투자자들은 정신을 차리기 힘들 지경이다. 이런 혼란기에도 주식투자를 해야 하는 걸까.

<딜메이커처럼 투자하라>의 저자 크리스토퍼 마이어는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중요한 것은 어렵게 습득한 투자의 원칙을 철저하고 일관성있게 지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증시 상황이 어떠하든 자신이 어떤 종목을 왜 보유하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봐서 그 이유가 타당하다면 팔지 말고 보유하라는 것인데,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에서 그럴 수 있을까.

마이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시장의 패닉 상황에서 이를 입증해 보였다. 그가 자신의 뉴스레터 '투자의 중대한 고비'에서 공개적으로 추천한 17개 종목의 수익률이 평균 40%를 기록한 것.그는 이 책에서 투자의 대가들로부터 배우고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으로부터 투자원칙을 통해 어떻게 그런 기업을 찾아내 투자하고 수익을 남기는지를 기존의 투자 안내서와는 매우 다른 시각에서 들려준다.

마이어는 두 종류의 시장,즉 주가가 공개되는 주식시장과 기업의 경영권을 놓고 거래하는 시장(사모시장)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첫 번째 시장에만 주목하는 것과 달리 두 번째 시장을 잘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 제목의 '딜 메이커(deal maker)'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금융시장에서 인수.합병(M&A)을 주선하는 딜메이커는 주가에만 연연하지 않고 회사의 가치와 내용,향후 전망까지 구체적으로 분석해 종합적으로 기업을 판단한다. 주식시장에서 평가하는 자산가치와 실제 사적 거래의 자산가치를 비교해 그 차이를 이용하는 딜메이커처럼 생각하고 투자하면 수익을 남길 확률이 훨씬 커진다는 얘기다.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 우선 주식 시세표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주식이란 시세표에 있는 종목기호 이상의 것으로서 실제로 존재하는 기업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와이어는 주식시장보다는 사모시장을 더 신뢰한다. 사모시장은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매수자와 매도자가 서로 거래하므로 가격이 합리적일 때가 많지만 수십,수백만의 부화뇌동하는 일반투자자들이 거래하는 주식시장은 그렇지 않다는 것.주가는 기업의 가치에 대한 어느 한 시점의 의견을 나타낼 뿐 기업의 실제 가치를 완전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술적 요인이나 차트분석,실제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회계장부에 근거한 주가수익비율(PER)과 주당순이익(EPS),배당금 등에도 연연할 필요가 없다. 대신 시가총액에 부채를 더한 금액에서 보유현금을 뺀 기업가치(EV)를 반드시 확인하고,수익보다는 현금흐름과 재무건전성으로 기업을 판단하면 된다.

위험관리 또한 기업가치와 현금흐름,자산가치와 연결해 판단해야 한다. 안전한 투자를 원한다면 시장의 주가와 자신이 평가한 숫자와의 차이가 25% 이상 벌어져야 한다. 차이가 클수록 안전하다.

마이어는 이런 원칙들을 토대로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는 저평가된 종목들이 널린 사냥터로 투자자를 안내한다. 투자의 대가들이 매수한 종목을 눈겨여 보는 것에서 시작해 순유형자산가치,밸류라인 종목 분석,기업분할,내부투자자들의 매수동향,망한 회사에 대한 투자 등 사냥터를 발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뛰어난 투자자들의 투자 사례도 풍부하게 든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종목도 매도시점을 잘못 택하면 최대의 수익을 내기 어렵다. 마이어는 매도시점에 대해 별도의 장을 할애하면서 주가의 등락에 흥분하지 말고 참을성 있게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투자수익률이 높은 펀드나 종목의 매매회전율이 한결같이 낮은 점이 이를 말해준다.

마이어는 요즘과 같은 주가 하락기에 떨지 말기를 거듭 강조한다. 오히려 주가가 떨어질 때가 좋은 주식을 싼 가격에 살 절호의 기회라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 곳에도 투자하지 않은 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으면 그 돈은 가장 안전하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배는 그러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는 속담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