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책마을 편지] 조선시대 아버지의 편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율곡을 만났더니 또한 네가 아낄 만하다고 칭찬하더구나. 잠깐 사이도 쉬지 말고 이같이 무거운 이름에 부합하도록 기약해야 한다. 세월은 물같이 흘러가고,젊은 시절은 머물게 할 수가 없다. 너희들은 나이가 모두 스물이니 두려워 송구하여 빨리 떨쳐 이루기를 생각지 않겠느냐?… 흥남이도 또한 모름지기 공부하기를 권유하되 마구 힐책하지는 말아라.그리하여 향학의 마음이 절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조선 중기 문인 백광훈이 맏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힐책하지 말고 향학의 마음이 절로 움직이도록' 하라는 당부에서 세상 모든 아버지의 깊은 마음을 공감할 수 있습니다.
퇴계 이황은 "네가 지금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가서 한번 가면 뒤쫓기가 어렵다. 끝내 농부나 병졸이 되어 일생을 보내려 한단 말이냐?"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아들의 공부가 미진함을 다그치는 그의 모습은 당대 최고 학자의 면모와는 무척 대조적이지요. 조선 윤리학을 집대성한 퇴계조차도 자녀 교육에서는 조급한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엊그제 나온 <아버지의 편지>(김영사 펴냄)에는 이황과 유성룡,박세당,박지원,강세황,박제가 등 조선 거장들의 자녀 사랑이 절절하게 녹아 있습니다. 한양대 국문과의 정민 교수와 박동욱 강의전담교수가 조선시대 간판 유학자 10명의 편지 90여편을 골라 번역하고 해설한 책이죠.
'논어를 읽는 방법'(백광훈)과 '역사책을 보는 방법'(박세당) 등 학습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부터 '내 제사 때 술을 올리지 마라'(강세황)는 사후 당부까지 내용도 다양합니다. 대부분이 공부에 관한 잔소리를 빼놓지 않은 걸 보면 지금이나 그때나 아비의 마음은 똑같은가 봅니다.
연암 박지원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나는 책을 저술하고,붓글씨를 연습한다. 너희가 1년 내내 무슨 일을 일삼고 있는 게냐?… 너희가 젊을 적에 이와 같다면 장차 늙어서는 어찌 지내려느냐"며 쓴소리를 던집니다. 우람한 덩치에 산적(?) 같은 연암이었지만 이처럼 아들을 꾸짖은 뒤에는 살가운 목소리로 다독이는 걸 잊지 않는군요. "내가 담근 고추장 단지를 보낸다. 아직 잘 익지는 않았지만 사랑에 놓아두고 밥 먹을 때마다 먹으면 좋겠다"는 대목이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
조선 중기 문인 백광훈이 맏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힐책하지 말고 향학의 마음이 절로 움직이도록' 하라는 당부에서 세상 모든 아버지의 깊은 마음을 공감할 수 있습니다.
퇴계 이황은 "네가 지금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가서 한번 가면 뒤쫓기가 어렵다. 끝내 농부나 병졸이 되어 일생을 보내려 한단 말이냐?"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아들의 공부가 미진함을 다그치는 그의 모습은 당대 최고 학자의 면모와는 무척 대조적이지요. 조선 윤리학을 집대성한 퇴계조차도 자녀 교육에서는 조급한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엊그제 나온 <아버지의 편지>(김영사 펴냄)에는 이황과 유성룡,박세당,박지원,강세황,박제가 등 조선 거장들의 자녀 사랑이 절절하게 녹아 있습니다. 한양대 국문과의 정민 교수와 박동욱 강의전담교수가 조선시대 간판 유학자 10명의 편지 90여편을 골라 번역하고 해설한 책이죠.
'논어를 읽는 방법'(백광훈)과 '역사책을 보는 방법'(박세당) 등 학습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부터 '내 제사 때 술을 올리지 마라'(강세황)는 사후 당부까지 내용도 다양합니다. 대부분이 공부에 관한 잔소리를 빼놓지 않은 걸 보면 지금이나 그때나 아비의 마음은 똑같은가 봅니다.
연암 박지원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나는 책을 저술하고,붓글씨를 연습한다. 너희가 1년 내내 무슨 일을 일삼고 있는 게냐?… 너희가 젊을 적에 이와 같다면 장차 늙어서는 어찌 지내려느냐"며 쓴소리를 던집니다. 우람한 덩치에 산적(?) 같은 연암이었지만 이처럼 아들을 꾸짖은 뒤에는 살가운 목소리로 다독이는 걸 잊지 않는군요. "내가 담근 고추장 단지를 보낸다. 아직 잘 익지는 않았지만 사랑에 놓아두고 밥 먹을 때마다 먹으면 좋겠다"는 대목이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