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도 제대로 못쓰면서 경기 살리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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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집행률 94% 그쳐
지난 9월 말까지 정부의 재정 집행 실적이 당초 계획의 94.5%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겠다면서도 주어진 예산조차 다 쓰지 못했다는 얘기다. 재정 집행 지체의 원인을 찾아내 개선하지 않는다면 확대 편성되는 내년 수정 예산안도 경기 보완적 기능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예산도 다 못 쓰는 정부
정부는 31일 과천청사에서 재정관리점검단 회의를 열어 재정 집행 상황,공기업 투자 확대 집행 실적 등을 점검했다. 그 결과 예산 기금 공기업의 주요 사업비를 합산한 재정 집행 총액은 9월 말 현재 155조5000억원으로 계획(164조6000억원) 대비 집행률은 94.5%의 실적을 기록했다.
집행률은 8월 말(96.4%)보다 오히려 더 떨어졌고 진도율로 따져봐도 3분기 말에 걸맞지 않은 70.7%에 그쳤다.
재정이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매달 실적을 점검하고 각 부처와 공기업의 집행 노력을 독려하겠다는 정부 다짐과는 달리 갈수록 재정 지출이 더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대로 가다간 재정 집행률이 경기가 상승기였던 지난해(96.5%)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한 결산안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회계 특별회계를 합쳐 총 203조9375억원의 예산 중에 이월 2조6469억원,불용 4조3859억원이 발생해 196조9047억원만 지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재정 집행률이 최종적으로 95%에 그친다고 가정하면 이월ㆍ불용액 규모가 주요 사업비에서만 11조원에 달하게 된다. 재정이 경기 조절적 기능을 전혀 못한다는 얘기다.
◆재정 지출 왜 더딘가
재정 집행 병목현상은 주로 건설 예산에서 발행하고 있다. 용지보상 협의가 지연되거나 사업계획이 바뀌고 시공업체의 기성금 신청이 미뤄지는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계획된 지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부 사업 예정지 지주들이 양도소득세 완화 등을 의식해 최대한 보상 협의를 미루고 있어 절차를 밟는 데 전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공기업 주요 사업비 집행률도 토지공사의 택지개발사업 인허가 협의가 지연되면서 96.4%에 머물렀다.
더불어 정부가 불필요한 예산을 절감해 긴요한 곳으로 돌리는 식으로 용도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예산 집행이 더뎌진 측면도 있다. 정부는 연말까지 총 2조5000억원의 예산을 아껴 이 중 1조6439억원을 다른 곳에 쓰기로 했지만 9월 말까지 용도 전환 예산의 36.2%에 해당하는 5964억원만 실제 집행됐다. 각 부처가 실제 수요에 대한 면밀한 예측 없이 재정부 지침에 맞춰 일제히 용도 전환부터 해놓다 보니 생긴 일이다.
경기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공기업 투자 확대분도 9월 말까지 1조3415억원을 집행하는 데 그쳐 연간 목표(4조6000억원)의 28.9%밖에 쓰지 못했다. 다만 기금 집행률은 농산물가격안정기금(104.2%) 정보통신진흥기금(105.6%) 등의 집행이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100.8%로 나타났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재정 집행이 계획 수준에 못 미치면서 여전히 경기 회복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재정 지출을 앞당겨 경기를 보완하겠다고 말하고도 실제로 계획대로 재정 집행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경제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지난 9월 말까지 정부의 재정 집행 실적이 당초 계획의 94.5%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겠다면서도 주어진 예산조차 다 쓰지 못했다는 얘기다. 재정 집행 지체의 원인을 찾아내 개선하지 않는다면 확대 편성되는 내년 수정 예산안도 경기 보완적 기능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예산도 다 못 쓰는 정부
정부는 31일 과천청사에서 재정관리점검단 회의를 열어 재정 집행 상황,공기업 투자 확대 집행 실적 등을 점검했다. 그 결과 예산 기금 공기업의 주요 사업비를 합산한 재정 집행 총액은 9월 말 현재 155조5000억원으로 계획(164조6000억원) 대비 집행률은 94.5%의 실적을 기록했다.
집행률은 8월 말(96.4%)보다 오히려 더 떨어졌고 진도율로 따져봐도 3분기 말에 걸맞지 않은 70.7%에 그쳤다.
재정이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매달 실적을 점검하고 각 부처와 공기업의 집행 노력을 독려하겠다는 정부 다짐과는 달리 갈수록 재정 지출이 더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대로 가다간 재정 집행률이 경기가 상승기였던 지난해(96.5%)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한 결산안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회계 특별회계를 합쳐 총 203조9375억원의 예산 중에 이월 2조6469억원,불용 4조3859억원이 발생해 196조9047억원만 지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재정 집행률이 최종적으로 95%에 그친다고 가정하면 이월ㆍ불용액 규모가 주요 사업비에서만 11조원에 달하게 된다. 재정이 경기 조절적 기능을 전혀 못한다는 얘기다.
◆재정 지출 왜 더딘가
재정 집행 병목현상은 주로 건설 예산에서 발행하고 있다. 용지보상 협의가 지연되거나 사업계획이 바뀌고 시공업체의 기성금 신청이 미뤄지는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계획된 지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부 사업 예정지 지주들이 양도소득세 완화 등을 의식해 최대한 보상 협의를 미루고 있어 절차를 밟는 데 전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공기업 주요 사업비 집행률도 토지공사의 택지개발사업 인허가 협의가 지연되면서 96.4%에 머물렀다.
더불어 정부가 불필요한 예산을 절감해 긴요한 곳으로 돌리는 식으로 용도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예산 집행이 더뎌진 측면도 있다. 정부는 연말까지 총 2조5000억원의 예산을 아껴 이 중 1조6439억원을 다른 곳에 쓰기로 했지만 9월 말까지 용도 전환 예산의 36.2%에 해당하는 5964억원만 실제 집행됐다. 각 부처가 실제 수요에 대한 면밀한 예측 없이 재정부 지침에 맞춰 일제히 용도 전환부터 해놓다 보니 생긴 일이다.
경기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공기업 투자 확대분도 9월 말까지 1조3415억원을 집행하는 데 그쳐 연간 목표(4조6000억원)의 28.9%밖에 쓰지 못했다. 다만 기금 집행률은 농산물가격안정기금(104.2%) 정보통신진흥기금(105.6%) 등의 집행이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100.8%로 나타났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재정 집행이 계획 수준에 못 미치면서 여전히 경기 회복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재정 지출을 앞당겨 경기를 보완하겠다고 말하고도 실제로 계획대로 재정 집행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경제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