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숙 '꽃, 마음과 마음 사이'
(5~11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아트스페이스)







한로 지난 바람이 홀로 희다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지는 가을

서오릉 언덕너머

희고 슬픈 것이 길 위에 가득하다

굴참나무에서 내려온 가을산도

모자를 털고 있다

안녕,잘 있거라

길을 지우고 세상을 지우고

제 그림자를 지우며

혼자 가는 가을길

김종해 '가을길'


높은 산봉우리에 슬쩍 내려앉았던 가을이 어느덧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섰다. 북에서 남으로 파도처럼 밀려가는 단풍에서 가을의 속도를 본다. 서늘한 바람에 덧없이 흩날리는 나뭇잎. 사람들은 낙엽을 밟으며 슬픔을 털어내고 시름을 묻는다. 사는 게 힘겹지 않은때가 있었을까만은 이 가을은 유난히 차고 거칠다. 혹독하고 어두운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그래도 세월은 흐르고 삶의 틀은 복원될 것이다. 제 그림자를 지우고 혼자 가는 가을길처럼 지금은 인내와 외로움에 충실해야 할때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