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울산 유화단지 가동중단 도미노] SK에너지 나프타 공장 35년만에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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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값 석달새 3분의1 토막 났으니…"
SK에너지의 울산 콤플렉스 진입로에 위치한 나프타 분해(NCC) 1공장.복잡한 파이프라인 사이로 옅은 수증기만 뿜어내는 공장 모습은 마치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처럼 힘겨워 보였다. 불꺼진 공장의 모습은 쌀쌀해진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사용해 연간 19만t의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지난달 27일 일시 가동 중단(shutdown)에 돌입했다. 최근 실물경기 위축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판매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재고물량이 넘치면서 공장이 멈춰선 것.1973년 공장 준공 이후 정기 보수로 공장을 세운 적은 있지만 수요 감소 등 외부요인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은 35년 만에 처음이다.
SK에너지 울산공장 관계자는 "제품 가격이 최근 석 달 사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맞지 않아 아예 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며 "시장상황이 불확실한 현재로선 셧다운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울산 석유화학 단지 내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공장 가동 중단과 감산 결정을 내리는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
SK에너지는 NCC 공장 이외에 현재 4개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 공장 중 한 곳의 가동을 완전히 중단한 상태다.
인근 에쓰오일의 온산공장도 최근 원유 정제량을 하루 58만배럴에서 50만배럴로 낮췄다. 그나마 배럴당 20달러대의 마진을 유지하고 있는 고도화 설비(벙커C유를 값비싼 휘발유 등 경질유로 전환하는 설비)의 생산효율을 감안해 정제량을 덜 줄인 것이다.
신동렬 에쓰오일 생산지원 담당 상무는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단순 정제 설비 대신 수익을 낼 수 있는 고도화 설비 가동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가동률을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