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고금리 지속으로 가계의 채무부담능력이 갈수록 낮아지고,중소기업의 수익성 유동성(流動性) 사정도 크게 나빠진 것으로 어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나타났다. 앞으로 실물경제가 더욱 악화되고,금융회사 건전성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외환위기의 우려는 해소됐지만 국내 경제사정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임을 드러내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우리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지급이자 비율은 9.8%로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8년(10.7%)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가처분소득이나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도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졌다. 부채가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가계부실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개인파산이 급증하는 추세가 이를 설명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경영지표를 기준으로 신용위험을 평가했을 때 상장 중소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주의'등급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준 시점이 6월 말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기업이든 가계든 상황이 훨씬 나빠졌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계의 주택 관련 대출이 늘어난 반면 금융자산은 주가하락 등으로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고금리로 이자부담까지 늘어난 것이 가계부실의 주된 요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건설업 부진 또한 중소기업 유동성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가계와 중소기업의 신용경색이 우리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라는 점이다. 부동산 담보대출 부실과 건설업체 도산,중소기업 자금난이 금융회사의 부실로 이어질 경우,국내 요인에 의해 금융시장 혼란이 되풀이되는 사태가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 전반에 또다시 심각한 충격을 가져올 것은 불보듯 뻔하다.

그런 만큼 우량 건설업체 도산,금융회사 부실을 막고,부동산 경기 냉각에 따른 소비 감소와 내수 경기 후퇴를 막는 것이 급선무(急先務)다. 내일 발표될 예정인 정부의 실물경제 대책이 우선적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이유다. 중소기업에 대한 풍부한 유동성 공급에 만전을 기해 흑자도산을 막고,아직 여유가 있는 금리정책도 보다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