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돈 < 성균관대 총장 · seo1398@skku.edu >

여러 가지 '위기'로 세상이 요동 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서 비롯된 '환경 위기'에 이어 석유,곡물 등 천연자원 가격의 폭등으로 '에너지 자원 위기'가 뒤따르더니,이번엔 '금융 위기'가 세상을 삼킬 태세다. 이번 금융 위기는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 치명적이어서 위기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심각하게 규명하기보다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단기적인 처방을 찾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할 형편이 되지 않는 것이다. 외신들은 달라이 라마가 "세계 금융위기는 속임과 기만,거짓말에서 비롯됐다"며 "진실되고 정확하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금융공학적 기법으로 탄생한 여러 가지 금융상품에 관한 잘못된 정보가 선량한 사람들을 탐욕과 투기의 길로 인도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지난 주말을 고비로 금융 위기의 급한 불이 꺼진 모양새다. 지금부터는 찬찬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모색해 봐야 하지 않을까. 환경 위기와 에너지 위기가 왜 찾아왔는지를 곰곰이 따져 보면 위기에 대비하고,돌파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환경·에너지 위기는 근본적으로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에서 기인했다. 우선 당장 쓰기 편하다고 '화석 에너지'를 마구 쓰다 보니 환경이 나빠지고 에너지 가격은 폭등했다. 에너지 가격 폭등은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는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화석 에너지의 과잉 생산·과잉 소비 구조는 하나뿐인 지구를 망치고 글로벌 경제를 죽이는 한 원인이 된 셈이다. 사람들은 뒤늦게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일에 팔을 걷어붙였다.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희망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금융 위기도 월스트리트의 천재들이 금융공학을 맹신한 데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고액 연봉 잔치를 벌이며 모럴 해저드에 빠진 탓에 벌어졌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명확한 정보가 유통되는 투명한 자본시장을 되살리는 게 사태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벌써 위기의 심각성을 잊은 듯하다는 점이다. 기름값이 조금 내리니까 다시 거리에 승용차가 넘쳐나고,'한·미 통화스와프 협약'으로 주식시장이 폭등하자 그토록 끔찍하던 악몽을 잊어버린 듯 또다시 증권사 객장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다. '특별'과 '특수'가 판쳤던 자리에 '단순'과 '소박'이 돌아와야 한다. 기본을 존중하는 시민의식이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