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공식적인 설명은 크게 두 가지.새 정부 들어 공들여 온 한·미 동맹의 결실이라는 것과 '미 국채 매각'이라는 협상카드로 미국을 압박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식적으로는 돈을 바꾸는 데 드는 스와프 수수료(2.8%예상)를 빼고는 다른 부담은 없다는 설명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불을 끄라고 물을 빌려주면서 거기다 다른 조건을 붙이겠느냐"며 추가 조건의 존재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암묵적인 조건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명시적인 부대 조건은 없지만 앞으로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해줄 것을 요구받은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와 영국 등은 이번 경제위기를 계기로 미국 주도의 기축통화체계와 다자간 국제협력체계(G8)를 유럽 주도로 바꾸기 위해 거센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미국이 좌지우지했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도 이 참에 폐지하고 새 기구를 만들자고 몰아붙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에 반대하고 있지만 내우외환의 위기 속에 힘이 부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연히 우군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이 유럽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을 15일 열리는 G20 금융정상회의 멤버로 끼워 넣은 것이나 한국 정부에 뜻밖의 '통화 스와프'선물을 준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밤 늦게 이명박 대통령에게 갑자기 전화해 "G20 회의에 꼭 와줘야 한다"면서 살갑게 "굿바이 마이 프렌드"라고 한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달러 우산'속으로 들어간 한국이 G20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수진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