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외환거래를 알선해 온 중국 환치기 조직이 세관에 덜미를 잡혔다. 환치기는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계좌를 만든 뒤 한 국가의 계좌에 돈을 넣고 다른 국가에 만들어 놓은 계좌에서 그 나라 화폐로 지급하는 불법 외환거래 수법이다. 환전수수료를 물지 않는 데다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송금목적을 알릴 필요도 없어 도박과 매춘 등 불법 자금의 해외은닉에 주로 사용된다.

서울본부세관은 중국동포 등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 수백개를 개설해 9500억원 상당의 불법 외환거래를 알선하고 이를 통해 얻은 이익금 2000만달러를 중국으로 빼돌린 환치기 조직을 적발했다고 2일 발표했다. 사법당국은 이 조직의 국내 총책ㆍ인력모집책 등 관련자 10명을 검거했으며 주범인 김모씨(44)를 구속했다.

이들은 타인 명의로 230여개 계좌를 개설한 뒤 국내 체류 중인 중국 동포나 한ㆍ중 간 무역거래에 따른 수출입 대금을 보내거나 받고자 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은행보다 낮은 수수료를 받고 불법으로 외국환 업무(일명 환치기)를 한 혐의다.

특히 주범 김씨는 중국 옌지의 최대 환치기 조직인 동주씨아파와 손잡고 환치기를 통해 얻은 이익금 등 2000만달러를 중국으로 보내 이를 은닉하기도 했다. 김씨는 생활정보지 광고를 통해 신용불량자 등을 모집해 이들 명의로 유령 업체 10여개를 설립한 다음 의류 등의 수입 대금을 정상적으로 송금하는 것처럼 허위로 송품장을 작성했다. 또 외환관리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요일별로 송금 업체명을 달리하는 지능적인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세관은 이들이 운영한 계좌를 이용해 불법 외환거래를 일삼은 수출입업체 20여곳을 정밀 조사하고 있으며,또 다른 대형 환치기 조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본부세관의 여영수 조사국장은 "17개 외환조사팀이 외화매입과 증여성송금 자료 등을 정밀 분석해 불법 외환거래 혐의자를 선별 조사하고 있다"며 "외환시장 불안을 틈탄 불법 외환거래에 대해 강력한 단속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지난달 13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수출채권미회수나 환치기를 통한 송금 등 불법 외환거래에 대한 특별 단속을 벌이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